박수현 지사, 레오 14세에 "순교자의 땅 충남 찾아달라"

  • 성 베드로 대성당서 세계청년대회 계기 충남 방문 직접 요청

  • 27개 순교성지 잇는 '동양의 산티아고길' 구상도 전달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26일현지 시각 교황청 성직자부 회의실에서 유흥식 성직자부 장관추기경을 만나 세계청년대회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레오 14세 교황의 충남 방문 요청 서한 전달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충남도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26일(현지 시각) 교황청 성직자부 회의실에서 유흥식 성직자부 장관(추기경)을 만나 세계청년대회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레오 14세 교황의 충남 방문 요청 서한 전달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충남도]


12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았던 ‘순교자의 땅’ 충남이 레오 14세 교황의 방문을 추진한다.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26일(현지 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을 때 충남도 방문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박 지사는 이날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의 협조로 교황 일반알현에 참석해 레오 14세 교황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박 지사가 교황에게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충남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신자가 목숨을 잃은 순교의 땅이며, 그 역사를 세계 청년들과 함께 기억하는 일은 생명과 인간 존엄의 가치를 되새기는 길이라는 것이다.
 

박 지사는 일반알현 후 언론 인터뷰에서 “교황께 충남이 수많은 무명 순교자의 희생이 서린 ‘순교자의 땅’이라는 점을 설명했다”며 “내년 방한을 계기로 충남을 꼭 찾아 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이 충남을 방문해 세계 청년들과 공동체 정신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함께 나눈다면 우리 사회에도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박 지사의 설명을 들으며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 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지만, 박 지사는 “교황의 표정에서 충남의 순교 역사를 충분히 알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충남에는 해미와 솔뫼, 여사울 등 27개 천주교 순교성지가 자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충남을 찾아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린 솔뫼성지와 해미읍성 등을 방문했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과정에서 1000명 이상의 신자가 순교한 해미성지는 2020년 교황청으로부터 국내 최초의 단일 국제성지로 승인받았다.
 

레오 14세 교황의 방문까지 성사되면 충남은 두 교황이 잇달아 찾는 광역자치단체가 된다. 도는 이를 충남 천주교 문화유산의 국제적 가치를 높이고, 순교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전환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박 지사는 이날 교황에게 도내 순교성지를 연결한 ‘동양의 산티아고길’ 조성 구상도 설명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충남 곳곳의 천주교 순교성지를 하나의 길로 잇고, 개신교와 불교, 원불교, 동학 등 지역에 축적된 다양한 종교·역사 유산을 접목해 종교의 경계를 넘어 세계인이 찾는 순례길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수현 지사는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종교와 관계없이 세계인이 모이고 있다”며 “충남의 순교지와 종교·역사 유산을 제대로 연결한다면 세계적인 순례길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을 교황께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선조가 남긴 종교와 역사의 흔적을 되살려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이자 민선 9기 충남도정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구상의 중심에 박 지사가 내세운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이다. 순교성지를 단순한 관광지로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권력에 의해 생명을 빼앗긴 역사를 통해 인간 존엄의 의미를 세계 청년들과 나누겠다는 것이다.
 

박수현 지사는 “과거 국가의 힘으로 한 개인의 생명을 무참하게 빼앗았던 역사를 돌아보며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존중하고 회복할 것인지 세계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과의 만남 이후에는 방문 요청을 공식 서한으로 이어갔다.
 

박 지사는 교황청 성직자부 회의실에서 유 추기경을 만나 레오 14세 교황에게 충남 방문 요청 서한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 추기경은 조만간 열리는 교황청 회의에서 서한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에서 지역 행사를 연 뒤 8월 3∼8일 서울에서 본대회를 진행한다.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다.
 

본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가톨릭 청년 50만∼100만 명, 충남지역 교구 행사에는 5만 명 안팎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해 8월 1∼12일에는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도 열린다. 도는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들이 대학경기대회를 관람하고 충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두 국제행사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계 순례객을 맞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도는 총 225억 원을 투입해 7개 순례·문화교류 기반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역사체험관과 해미국제성지∼간월암 가로수길, 순례길 종점 구간, 야간 순례길 경관 조성 등 4개 사업은 마쳤다. 해미 순례방문자센터와 여사울성지 복합문화센터, 문화교류센터 등 3개 사업은 추진 중이다.
 

도는 대전교구 및 관계 시군과 실무협의회를 가동해 세계청년대회 지역 행사를 준비하는 한편, 유 추기경과 교황청을 잇는 협력망을 통해 레오 14세 교황의 충남 방문 성사에 힘을 모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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