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I 기본·원칙·상식] 다시 세계 정상 선 안세영…한국 배드민턴은 달라졌나

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랭킹 1위 안세영 선수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요넥스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셔틀곡 여제 안세영 선수 아시아 최초 여자 단식 그랜드슬램 달성 기념메달 공개 행사에 참석해 메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729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랭킹 1위 안세영 선수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요넥스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셔틀곡 여제 안세영 선수 아시아 최초 여자 단식 그랜드슬램 달성 기념메달 공개 행사'에 참석해 메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7.29[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 1위 안세영이 다시 세계 정상에 섰다. 안세영은 2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2위 야마구치 아카네를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2023년 코펜하겐 대회에서 한국 배드민턴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식 우승을 차지한 지 3년 만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동메달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64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더욱 값진 것은 부상을 딛고 거둔 우승이라는 점이다. 안세영은 지난달 일본오픈 32강 경기 도중 왼발 통증을 느꼈고, 16강전을 앞두고 기권했다. 이후 재활에 매달린 지 한 달여 만의 복귀 무대가 이번 세계선수권이었다. 준결승에서 세계 3위 왕즈이를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야마구치마저 제압했다.

안세영은 2023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쓴 그는 이듬해 파리올림픽에서도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금메달을 딴 직후 대표팀의 부상 관리와 훈련 방식, 대회 출전, 협회 운영 등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파장은 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에 착수했고, 국가대표 선수단 36명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대부분이 안세영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부상 진단부터 치료·재활까지 선수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개인 트레이너의 대표팀 훈련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 선수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방안 등이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선수의 권리를 둘러싼 낡은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일정 나이와 국가대표 경력으로 제한하던 규정,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을 선수가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려웠던 구조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협회 운영과 보조금 집행에서도 별도의 문제들이 드러났다. 안세영의 문제 제기가 한국 배드민턴의 선수 관리와 협회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안세영은 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15개 국제대회에서 11차례 정상에 오르며 단일 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올해도 정상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부상 이후 처음 나선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우승했다.

이번 우승을 2024년 이후 제도 개선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흘린 땀과 재활 과정은 온전히 선수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상을 딛고 일어선 투혼'에만 박수를 보낸다면 2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선수가 아파도 참고 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좋은 성적이 나오면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까지 덮어서는 안 된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또 하나의 낭보를 전했다. 이소희·백하나가 여자 복식에서 1995년 길영아·장혜옥 이후 31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한국 배드민턴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대회였다.

안세영 같은 선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배드민턴의 시스템까지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뛰어난 선수 몇 명의 재능과 인내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성과를 오래 이어가기 어렵다. 선수가 자기 몸에 대해 말할 수 있고, 훈련과 출전 과정에서 의견을 낼 수 있으며, 부상을 입었을 때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협회와 국가의 몫이다.

안세영은 다시 세계 정상에 올라 자신의 몫을 해냈다. 이제 돌아볼 것은 2년 전 그가 던진 문제 제기 이후 약속했던 변화가 현장에 얼마나 뿌리내렸느냐다. 세계 1위 선수가 또다시 목소리를 높여야 움직이는 시스템이어서는 안 된다. 안세영은 다시 정상에 섰다. 이제 한국 배드민턴이 답할 차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