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주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주가가 오르는 ‘정석적인’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어느새 실적 전망보다 회사가 쌓아둔 현금을 주주들에게 얼마나 돌려줄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5만2000원(3.26%) 오른 1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6월 25일 장중 298만7000원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두 달도 되지 않아 주가가 44.9% 떨어진 셈입니다. 한때 300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100만원대 중반까지 밀리면서 ‘실적이 좋은데 주가는 왜 이러지?’라는 주주들의 고민도 커졌습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 영업이익률 76%를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6.8%, 영업이익은 557.2% 급증했습니다. 상반기 영업이익만 98조1529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실적만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앞으로의 실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AI 메모리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역대급 이익 자체는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메모리 업황이 정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향후 이익 증가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도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꺼내 들 카드는 주주환원입니다. 회사는 지난 7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3분기 중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분기 실적 발표 당시에도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연내 시장과 공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주주환원 정책의 기본 틀은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간 주당 1500원의 고정배당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더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고정배당 1500원에 추가배당 1500원을 더해 주당 3000원을 지급했고, 자사주 1530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관건은 얼마를 돌려줄지입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막대한 현금창출력을 감안해 수십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FCF를 180조원, 순현금을 173조원까지 예상하면서 안전자산 성격의 현금 100조원을 남겨도 70~80조원의 가용 재원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40조원 내외의 환원이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주주 입장에서 중요한 건 결국 환원의 ‘형태’입니다. 배당 확대는 현금이 직접 주주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가장 직관적입니다. 특히 주가가 현재 수준까지 낮아진 상황에서는 같은 배당금을 지급하더라도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시장 예상보다 큰 폭의 배당 확대가 나온다면 주가의 하방을 받치는 동시에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효과가 조금 다릅니다. 회사가 주식을 사들인 뒤 소각하면 시장에 남아 있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주당순이익(EPS)과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현재처럼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조정받은 시점에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회사가 자신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는 신호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반면 액면분할은 성격이 다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뉴욕 나스닥 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주주 요청이 많아지면 액면분할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논의가 다시 불붙었습니다. 액면분할은 주당 가격을 낮춰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지만 기업가치 자체를 증가시키는 조치는 아닙니다.
결국 주주들이 기다리는 것은 회사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현금을 돌려주느냐에 가깝습니다. 액면분할이 단기적으로 거래 접근성을 높이는 이벤트라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은 실제 주주가치에 영향을 주는 정책인 셈입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실적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궁금한 것은 이미 증명된 이익 창출력이 아니라 그 이익을 얼마나 주주와 나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 수준의 현금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사가 어떤 숫자로 보여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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