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전력국(OE)은 최대 3억7500만 달러 규모의 전력망 공급망 강화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에는 배전용·전력용 변압기를 비롯해 변압기 부품과 소재, 기타 전력망 핵심 기자재가 포함된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수입 의존도 축소다. DOE는 전력망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과 공급을 확대해 해외 공급업체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전력기기의 수입량과 조달 기간을 최대 1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대응 전략은 엇갈린다.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에서 초고압 변압기를 직접 생산하고 있는 반면 LS일렉트릭과 일진전기는 국내 생산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전력기기 업계 최초로 2011년 미국 앨라배마에 변압기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올해 3월에는 북미 전력기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제2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내년 4월 준공되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50% 늘어난다.
LS일렉트릭은 미국 유타와 텍사스에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지 생산 품목은 배전반(SWGR)과 차단기(CB)가 중심이다. 초고압 변압기는 부산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부산공장 증설과 LS파워솔루션 인수를 통해 생산능력을 지난해 80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에서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진전기도 미국 현지 생산보다는 국내 생산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의 전력망 투자와 데이터센터 증가 등에 힘입어 변압기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있지만 초고압 변압기는 국내 생산을 고수 중이다. 일진전기 측 역시 미국 현지 초고압 변압기 생산시설 구축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자국 생산 확대 정책이 국내 업체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전력망 투자가 확대될수록 국내 기업의 수주 기회도 함께 커질 공산이 크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노후 전력망 교체로 변압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미국 내 생산능력만으로 이를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다만 미국 정부가 이번 3억7500만 달러 규모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자국 공급업체 육성과 미국산 부품·소재 사용 확대에 속도를 낸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여부가 수주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관세 등 통상정책까지 맞물리면 국내 생산 후 수출하는 업체들의 현지 생산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급자 우위 시장인 데다 국내 업체들이 수년치 수주잔량을 확보한 상황이라 단기간 내에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관세 등 통상 변수가 지속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기지 증설 필요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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