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대출 총량의 숨통은 틔우면서도 투기성 자금은 더 촘촘하게 막는 ‘핀셋형’ 부동산 금융관리에 나섰다. 실수요자의 대출 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두 배로 높였지만 자칫 부동산 시장에 규제 완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필요한 곳에는 돈을 풀되 투기로 흘러가는 돈은 차단해야 하는 정책의 ‘운용의 묘’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였다. 전체 가계대출을 약 1800조원으로 보면 연간 증가 여력이 약 30조원에서 60조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상반기 대출 총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일부 은행에서 잔금대출과 이주비대출 등까지 막히는 등 실수요자 불편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늘어난 여력을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단지 중도금·잔금대출, 청년 등 실수요자 주거자금에 우선 배분할 방침이다. 주택 공급 과정에서 필요한 대출이 은행별 총량관리 때문에 막히는 상황은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늘어난 대출 여력을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지는 세부 운용에 달려 있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역시 전체 3% 총량 안에서 관리되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배정할 규모도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정하게 된다. 총량을 확대하면서도 추가 여력이 일반 주택 매수 자금으로 번지지 않도록 은행별·용도별로 돈 흐름을 가려내야 하는 셈이다.
시장에 보내는 신호 관리도 과제다. 정부는 기존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수요 억제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연초 1.5%로 설정했던 총량 목표를 불과 수개월 만에 두 배로 높인 만큼 시장에서는 이를 대출 규제 완화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매수 심리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대출 여력 확대가 집값 상승 기대와 맞물리면 당초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수요자의 대출 절벽은 막으면서도 “정부가 결국 돈줄을 푼다”는 기대는 차단해야 하는 만큼 정책 메시지와 실제 금융회사 창구에서 집행을 얼마나 일관되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도 비슷한 딜레마가 나타난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PF 보증과 자금 지원 규모를 기존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주거 사업장에 대한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시행도 2년 유예했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정상 사업장에 착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PF 사업장까지 금융 지원으로 연명하게 디면 그동안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부실 사업장 정리와 건전성 강화 기조가 약화될 수 있다. 정상 사업장에는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부실 사업장은 계속 정리해야 하는 만큼 PF에서도 지원 대상 선별이 중요해진 셈이다. 결국 가계대출과 PF 모두 ‘돈을 얼마나 푸느냐’보다 ‘어디에 푸느냐’가 더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세부 규제 역시 실제 운용이 관건이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을 제한하면서도 과거 실거주 이력이나 직장 이전·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일부 판단을 금융회사에 맡겼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가 규제 우회나 금융사별 판단 차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는 결국 심리 싸움인데 현재 시장 심리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며 "실수요자 자금줄을 막지 않으면서도 총량 확대가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대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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