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채소를 충분히 먹고, 정제된 탄수화물보다는 통곡물과 잡곡을 선택하며, 다양한 식품을 균형 있게 먹으면 된다.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건강한 식사의 기본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렇다면 같은 식사 원칙을 따른다고 해서, 누구나 비슷한 반응을 보일까? 그렇지는 않다. 같은 양의 밥을 먹어도 혈당이 크게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완만하게 오르는 사람도 있다. 동일한 식단을 실천해도 체중이나 혈중지질의 변화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같은 음식을 섭취한 뒤 나타나는 혈당과 혈중 중성지방 반응이 개인마다 상당히 다르다고 보고됐다. 그 차이는 먹은 음식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전적 특성과 건강 상태, 신체 활동, 장내 환경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밀영양은 바로 '같은 음식, 다른 반응'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의 영양학이 많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강한 식사의 기준을 마련해 왔다면, 정밀영양은 그 토대 위에서 사람마다 다른 특성과 반응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한마디로 '무엇을 먹어야 건강한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무엇을 먹어야 건강한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개인마다 다른 식이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정밀건강을 위한 영양(Nutrition for Precision Health)' 연구를 통해 식사와 유전정보, 장내미생물, 대사 정보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개인의 식이 반응을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PREDICT 연구와 이스라엘의 개인별 식후 혈당 반응 연구도 같은 음식에 대한 대사 반응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연구는 사람마다 다른 식이 반응을 이해하고 세밀한 영양관리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다.
한편 미국에서는 음식과 영양을 건강 증진과 질병 관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음식이 약이다(Food Is Medicine)'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건강한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환에 맞춘 식사나 식품 처방 등을 의료와 지역사회 서비스로 연결하려는 접근이다. 미국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와 기관이 협력해 관련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정밀영양의 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부터 5년간 정밀영양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사업에서 생산하는 유전체·임상 정보와 새로 수집하는 정밀영양 데이터를 연계·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7500명을 대상으로 식이와 식이보충제 섭취, 라이프로그와 생활습관 정보를 수집하고, 이 가운데 약 3000명에서는 장내미생물과 대사체 정보를 추가로 확보한다. 또한 유전체와 장내미생물 특성을 고려한 중재연구를 통해 개인별 식이 반응에 대한 근거를 축적한다. 이들 데이터를 통합해 한국형 정밀영양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맞춤형 영양관리 가이드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밥과 국, 여러 반찬을 함께 먹고 발효식품을 즐기는 한국인의 식문화는 서구와 다르다. 영양소 대사와 관련된 일부 유전적 특성도 인구집단에 따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식생활, 생활환경을 반영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연구 이후다. 데이터가 쌓이고 예측모델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정밀영양이 국민의 삶에 자리 잡지는 않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가 만성질환 관리, 식품과 급식 분야, 디지털 헬스 서비스로 이어지려면 각 영역을 연결할 국가 차원의 정책과 추진 체계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갖추는 한편, 서비스의 과학적 근거와 활용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밀영양은 기존의 건강한 식생활 지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그 토대 위에 '개인의 차이'라는 한 층을 더하는 접근이다. 정밀영양이 국민의 삶에 자리 잡으려면, 누구나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에 맞는 식사 정보를 믿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건강할까?'라는 오래된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무엇을 먹어야 건강할까?'에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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