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가 보충역 축소 및 폐지 구상을 국방개혁의 핵심 과제로 공식화한 것은 대한민국 국방이 더 이상 기존의 인력 공급 방식으로는 군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지형과 인구절벽의 이중고 속에서 병역 제도 개편은 단순한 인력 조정을 넘어 대한민국 국가 안보의 생존이 걸린 불가피한 선택이자 국방 개혁의 핵심 과제다.
병역제도 개편의 필요성은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국방부와 병무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현역 입영 대상자는 2016년 45만여 명에서 2025년 32만여 명으로 29% 이상 급격히 줄어들었다. 불과 10년 사이에 10개 사단 규모의 병력이 사라진 셈이다. 이대로라면 2020년대 후반에는 입영 자원이 20만명대로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방 정책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 대신 판정 기준을 조율하거나 대증요법식 인력 배분으로 연명해온 것이 사실이다. 보충역 인력을 현역으로 전환하는 등 임시방편은 산업·예술·보건 분야 인재 활용 차원에서도 한계를 드러내며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낳았을 뿐이다. 현역 판정률을 무리하게 높여 온 과거 방식은 복무 부적격자 증대와 병영 관리의 부담으로 이어졌으며, 보충역 제도의 모호성 또한 청년층 내 상실감과 공정성 논란을 야기해 왔다.
나아가 유연한 모병제 요소 도입이나 군 복무 여건의 파격적 개선, 군 구조의 기술집약형 개편 등 국가 안보 생존 전략 차원의 근본적 수술이 요구된다. 국방 인구 감소를 드론·AI·무인 첨단 무기체계 확충과 전문 간부 인력 중심의 군 체조직 개편으로 보완하는 대전환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보충역 폐지만으로는 현장 전력의 공백을 메우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대한민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미·중 안보 패권 경쟁 심화, 신냉전 구도 고착화, 미사일과 핵으로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의 위협 등은 우리 군에게 단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복합적인 안보 위협 속에서 병력 수급의 차질은 곧 국가 생존의 위기로 직결된다.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도, 국가의 미래도 성립할 수 없다. 주변 강대국들의 군비 증강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군 정원 충원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방위 태세 전반의 사각지대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병역 제도 개편은 단순한 국방부나 병무청만의 행정적 과제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와 국가적 역량이 집결되어야 하는 국가 존망의 문제다. 정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눈앞의 표심이나 미봉책에 연연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안보는 타협할 수 없는 국가의 최후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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