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기본·원칙·상식] 심판 성접대까지…대한축구협회, 어디까지 추락할 셈인가

대학축구협회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6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코리아풋볼파크 일대가 한산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직원들을 모두 외부로 내보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축구협회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6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코리아풋볼파크 일대가 한산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직원들을 모두 외부로 내보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이 충격을 넘어 참담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불공정 논란과 경찰의 사상 첫 압수수색에 이어 과거 국제경기 외국인 심판 등에 대한 성접대 문제까지 드러났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조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드러난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11~2012년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올림픽 예선 등 7경기를 전후해 외국인 심판과 경기 감독관 등 10여 명에게 성접대가 이뤄졌고, 관련 비용이 협회 법인카드로 결제된 정황까지 확인됐다. 사실이라면 일부 직원의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이 관여한 7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5승2무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 기록만으로 경기 결과가 조작됐거나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 근거도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심판과 경기 감독관은 경기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협회 차원의 부적절한 접대가 있었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경기와 정당하게 거둔 승리까지 불필요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축구협회는 8일 사과문을 내고 최근 불거진 문제들에 대해 사과했다. 성접대 문제에 대해서는 십수년 전 발생한 일로 당시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현재는 클린카드 사용과 내부 통제 강화로 이 같은 부적절한 행위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관리 체계가 달라졌다는 설명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과거의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접대를 주선하고 승인했는지, 협회 법인카드는 어떤 경위로 사용됐는지, 당시 조직 내부에서 이를 알고도 묵인하지는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십수년 전 일이라는 이유로 사실관계 규명을 건너뛸 수는 없다.
 
최근 축구협회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절차와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결국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여기에 과거 성접대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발생 시기와 내용이 다른 사안들을 하나로 묶어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논란이 거듭될수록 축구협회의 조직 운영과 내부 통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을 운영하고 한국 축구를 국제사회에 대표한다. 선수와 지도자, 심판에게 페어플레이와 규정을 요구하는 것도 협회다. 그런 조직일수록 공정성과 윤리에 더 엄격해야 한다. 경기의 공정성을 관리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공정성을 의심받을 일을 했다면 축구팬에게 백번 사과해도 부족하다.
 
이번 일을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일이라도 확인할 것은 확인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협회 자체 조사로 부족하다면 외부 검증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법인카드 사용과 국제경기 관계자 접대 관행을 비롯해 당시 상황을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축구협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해명이 아니다. 사실을 밝히고 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것은 고치는 일이다. 한국 축구의 신뢰는 경기장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경기를 운영하는 조직이 상식과 원칙을 지킬 때 비로소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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