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40도 안팎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고온 환경에서는 선풍기 사용이 오히려 인체의 열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름철 대표적인 냉방기기로 여겨졌던 선풍기가 일정 온도를 넘으면 몸을 식히기는커녕 뜨거운 공기를 계속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WHO는 '폭염과 건강' 자료를 통해 선풍기는 주변 공기의 온도가 섭씨 40도 미만일 때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공기 온도가 40도를 넘은 상태에서 선풍기를 사용하면 뜨거운 바람이 몸으로 전달되면서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신체가 받는 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40도는 사람의 체온이 아니라 선풍기가 가동되는 실내나 주변 환경의 공기 온도다. 바깥 기온이 40도를 기록했더라도 에어컨 등을 이용해 실내 온도를 충분히 낮춘 상태라면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WHO가 제시한 폭염 대응 원칙은 크게 '더위 피하기', '집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몸을 식히고 수분을 유지하기', '영유아와 어린이 보호하기' 등 네 가지다.
낮 동안에는 창문과 블라인드 등을 활용해 직사광선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외부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 창문을 여는 게 좋다.
전기 제품은 가능한 한 사용을 줄이고, 선풍기는 기온이 40도 미만일 때만 사용해야 한다. 40도 이상에서는 선풍기가 오히려 체온을 높일 수 있다.
체온을 직접 낮추는 행동도 중요하다. WHO는 헐렁하고 가벼운 옷을 입고, 시원한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할 것을 권고했다. 물기가 있는 천이나 물을 뿌린 스프레이, 젖은 가벼운 옷 등을 활용해 피부를 식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규칙적으로 물을 마셔야 한다. WHO는 시간당 물 한 컵을 마시고 하루 최소 2∼3L(리터)의 수분을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WHO는 어린이나 동물을 주차된 차량에 단 한순간도 혼자 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차된 차는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높아질 수 있으므로 어린이나 동물은 잠시라도 절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는 어린이가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그늘을 이용하거나 실내에 머물게 해야 한다.
유모차를 마른 천으로 덮는 것도 피해야 한다. 내부 온도를 오히려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얇고 젖은 천을 사용하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적셔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휴대용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면 냉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잡힌 환자는 누적 2221명이며 사망자는 19명이다. 질병관리청은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이 나타날 경우 온열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선풍기는 더울수록 강하게 틀어야 하는 줄 알았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켜고 자는 부모님이 걱정된다", "실내 온도계를 먼저 확인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기요금과 냉방 격차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에어컨이 없는 집이나 쪽방 주민은 선풍기를 끄면 무엇으로 버티라는 것이냐", "개인의 생활수칙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무더위쉼터 운영시간을 확대해야 한다", "폭염이 재난이라면 취약계층 냉방비 지원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극적인 제목이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바깥 기온이 40도라고 모든 집에서 선풍기를 끄라는 뜻은 아니다", "에어컨으로 실내 온도를 낮춘 뒤 사용하는 선풍기는 도움이 된다", "선풍기가 위험하다는 말보다 선풍기만으로 버티지 말라는 설명이 정확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40도 이상에서 선풍기가 위험하다는 문장만 보고 폭염 속 선풍기를 갑자기 꺼버릴 수 있다"며 사용 장소와 실내 온도, 습도, 냉방 여부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40도가 넘으면 선풍기가 흉기가 된다'는 경고의 핵심은 선풍기 자체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극단적인 고온 환경에서는 익숙한 냉방 방식조차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냉방 공간 이동과 수분 섭취, 직접적인 체온 냉각 등 여러 대책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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