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반복된 최후통첩이 실제 군사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트럼프식 외교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 미·이란 대치의 핵심은 군사력의 우열이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의 시간 싸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격과 공포로 상대를 굴복시킨 뒤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방식을 즐겨 써왔다. 예측 불가능성을 무기로 삼은 이른바 '트럼프식 협상술'이다. 한때 이 방식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군사행동을 감행할지 확신할 수 없었고, 그 불확실성 자체가 미국의 힘이었다.
그러나 외교에서 행동 없는 위협은 반복될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어느 순간 공포가 아니라 배경 소음이 된다. 이를 두고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결국 물러선다)'라는 조롱 섞인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오히려 이란이 미국의 위협과 상관없이 협상의 리듬을 주도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시간이 이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중간선거를 석 달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기전은 부담이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미국 경제와 물가가 흔들리고, 이는 곧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원으로 방공미사일 등 주요 무기 재고도 줄어든 상태다. 중국, 러시아라는 더 큰 전략적 경쟁자까지 고려하면 중동에 끝없는 군사력을 투입하기도 어렵다.
이란 역시 경제난과 제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경제 제재를 견디며 살아온 이란 정권에게 제재 기간이 조금 더 연장된다고 해서 체제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급한 미국을 상대로 버티는 것 자체가 하나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빨리 성과를 내야 할수록 이란의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자신감도 있다. 여기에 후티 반군 등 친이란 세력으로 구성된 '저항의 축'을 활용해 홍해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우세하더라도 중동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국제유가를 자극할 능력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트럼프식 협상의 약발이 떨어진 것은 이란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도 지난해 고관세 위협에 물러서지 않았다.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 축소라는 맞대응으로 시간을 벌었고, 결국 임시 휴전이라는 성과를 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실제 군사행동을 감행한 적도 있고, 예상 밖의 결정을 내리는 정치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복된 위협이 계속 협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억지력은 상대가 실제 행동을 예상할 때만 작동한다. 위협이 반복될수록 행동보다 말이 먼저 소비되면, 협상력도 함께 소진될 수밖에 없다.
외교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사일이 아니라 시간일 때가 있다. 그리고 지금 중동에서는 그 시간을 가장 능숙하게 활용하는 쪽이 미국이 아니라 이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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