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2개월 만에 다시 웃은 신지은 "세상 안 끝나니… 계속 나아가길

  • 스코틀랜드 여자오픈 정상

  • 2016년 텍사스 슛아웃서 첫승

  • LPGA 역대 세 번째 10년 공백

  • 후원사 없이 출전 등 우여곡절

  • "코로나로 골프 불꽃 다시 찾아"

신지은이 10년 2개월여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다시 섰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신지은이 10년 2개월여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다시 섰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힘들 땐 계속 힘들어하고, 계속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니까요."

신지은이 2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총상금 200만 달러)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지은은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해 2위 김아림(7언더파 281타)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상금은 30만 달러(약 4억4000만원).

이번 신지은의 우승은 2016년 5월 텍사스 슛아웃에서 거둔 생애 첫 승 이후 10년 2개월 25일(3738일) 만에 나왔다. 1980년 이후 LPGA 투어에서 두 우승 사이에 10년 이상의 간격이 벌어진 선수는 신지은이 역대 세 번째다. 30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신지은의 골프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8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고 9세에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13세이던 2006년 US 걸스 주니어를 최연소로 제패하며 '천재 소녀'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1년 LPGA 정규 투어 데뷔 이후 첫 승을 신고하기까지 무려 135개 대회를 치러야 했다. 특히 2012년 싱가포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는 다 잡았던 우승을 마지막 18번 홀 더블보기로 놓치고 연장전 끝에 패하는 뼈아픈 경험도 했다.

첫 우승 이후에도 10년 넘는 시련이 이어졌다.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톱10에만 47차례 진입했지만 간절히 바라던 두 번째 우승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024년 말에는 오랜 기간 동행했던 메인 후원사(한화큐셀)와도 결별했다. 한화그룹이 골프단 운영 축소를 결정하면서 신지은을 비롯한 LPGA 투어 선수들과 재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된 신지은은 지난해부터 메인 후원사 로고가 없는 모자를 쓴 채 투어 활동을 이어와야 했다.
 
신지은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신지은. [사진=연합뉴스·로이터]
 
기나긴 우승 가뭄 속에 찾아온 번아웃을 극복하게 해준 계기는 코로나19였다. 투어가 중단되면서 강제로 골프채를 내려놓게 된 시간이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전환점이 됐다.

신지은은 "인스타그램에서 술 취한 라이브 방송도 했고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며 내가 누구인지를 돌아봤다. 6개월 동안 실업자처럼 지내며 골프를 하지 않는 삶이 어떤지 느꼈다. 돌이켜보면 전혀 후회하지 않는 시간이 됐다"며 "코로나19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 내가 사랑하는 골프에 대한 불꽃을 다시 찾았고 다시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목표를 잃고 흔들리던 시간 속에서도 스스로의 골프를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결실은 마침내 달콤한 우승으로 돌아왔다. 경기를 마친 뒤 동료들의 샴페인 세례 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신지은은 "끝까지 잘 버텨낸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무척 행복하다"며 "첫 우승 때는 내가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우연히 얻은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 내가 직접 일궈냈다는 느낌이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우승"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신지은의 우승으로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합작한 승수는 6승으로 늘어났다. 지난 3월 이미향이 블루베이 LPGA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김효주(파운더스컵·포드 챔피언십)와 유해란(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비앙 챔피언십)이 각각 2승씩을 이뤄냈고 이번 대회에서 신지은이 승수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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