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 하천이 AI 교실로...동아대, '몰입형 해커톤' 실험

  • 온천천·동천·괴정천 돌며 추리 미션·데이터 분석

  • 야외 방탈출에 환경교육 접목...아이디어 필요성·교육 효과 평가

동아대학교 소프트웨어혁신센터는 다음 달 13일부터 이틀간 부산 도심 하천을 무대로 이머시브 시어터 연계형 환경 데이터 AI 해커톤을 개최한다사진동아대학교
동아대학교 소프트웨어혁신센터는 다음 달 13일부터 이틀간 부산 도심 하천을 무대로 '이머시브 시어터 연계형 환경 데이터 AI 해커톤'을 개최한다[사진=동아대학교]

 

부산 도심 하천을 무대로 AI 환경 데이터를 배우는 몰입형 교육 실험이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연극배우가 맡은 NPC와 교류하며 단서를 확보하고,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하천 환경 문제를 해결할 기술과 서비스를 제안한다.

동아대학교 소프트웨어혁신센터는 오는 8월 13일부터 14일까지 동아대 승학캠퍼스와 온천천·동천·괴정천 일원에서 ‘이머시브 시어터 연계형 환경 데이터 AI 해커톤’을 개최한다.

이번 해커톤은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야외 방탈출 형식에 환경교육과 데이터 분석, AI 활용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강의실이나 컴퓨터실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기존 해커톤과 달리 참가자들이 부산 도심을 직접 이동하며 현장의 문제를 발견하도록 설계했다.

행사에는 4명씩 10개 팀, 모두 40명이 참여한다. 참가팀별로 특정 하천을 배정하지 않고 모든 팀이 온천천과 동천, 괴정천을 차례로 방문한다. 첫날 현장 미션은 오전 9시부터 밤 10~11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최영림 동아대 교수는 “참가팀은 특정 하천에 배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세 하천을 모두 방문한다”며 “아침 9시에 시작해 밤 10시나 11시까지 현장을 이동하며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집중호우나 태풍 등으로 하천 방문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실내 프로그램으로 변경하지 않고 일정을 미룰 방침이다. 하천을 직접 걷고 관찰하는 현장 경험이 이번 교육의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최 교수는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실내 프로그램으로 바꾸기보다 일정을 미루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센서나 수질 측정 키트를 들고 하천을 실시간 측정하는 방식은 아니다. 주최 측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특정 미션을 완료하면 센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현장에 배치된 NPC와 대화하며 종이 문서와 공공데이터, 추가 단서를 확보한다.

NPC는 전문 연극배우가 맡는다. 배우가 건네는 서류와 대사에는 하천 문제를 추론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담긴다. 참가자들은 앱과 문서, 대화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종합해 해당 하천이 안고 있는 환경 문제를 분석하고 AI 기반 해결책을 구상한다.

최 교수는 “휴대전화 앱에서 특정 미션을 수행하면 센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NPC에게 종이로 된 자료를 받을 수도 있다”며 “NPC가 하는 대사에도 정보가 들어 있어 참가자들이 교류하면서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의 공공데이터는 서류와 앱 등 여러 형태로 제공된다”며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얻은 자료를 분석해 하천에 필요한 서비스를 설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코딩 경험이 없는 비전공자도 참여할 수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 전공에 따른 진입 장벽을 낮췄다.

심사에서는 고난도 프로그램을 구현했는지보다 제안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현장에 실제로 필요한지를 우선 살핀다.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문제 인식의 정확성, 활용 가능성, 사회적 필요성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최 교수는 “가장 먼저 볼 것은 참가자가 정말 필요한 기술을 제안했는지, 해당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실제로 요구되는지에 대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심사위원은 산업계 전문가와 현업 개발자, 최 교수 등 3명으로 구성해 기술의 현장성과 구현 가능성, 교육적 가치를 다각도로 평가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주로 오락 콘텐츠로 활용돼 온 이머시브 방탈출 형식을 정식 교육 프로그램에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해외에서는 몰입형 게임을 교육과 연결한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사한 교육과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는 야외 방탈출이 게임 형태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에는 이 포맷을 교육까지 연결한 커리큘럼이 일부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분위기가 비슷한 국내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 핵심 요소는 상금보다 몰입형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는 데 있다. 수도권의 인기 이머시브 방탈출 프로그램은 예약이 시작된 뒤 수분 안에 매진될 만큼 젊은 층의 관심이 높다.

최 교수는 “서울의 이머시브 방탈출은 예약이 열리면 5분 안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고, 콘서트 티켓팅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처럼 관심이 높은 콘텐츠를 교육에 접목한 만큼 새로운 경험 자체가 학생들에게 중요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효과는 사전·사후 검사를 통해 측정한다. 참가자들은 행사 전 하천에 대한 기본 개념과 데이터 분석 역량, 기술 윤리 의식 등을 묻는 문답식 검사를 받는다. 해커톤 종료 후에는 비슷한 수준의 문항에 다시 답해 인식과 역량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본다.

최 교수는 “사전검사에서 윤리성과 하천에 대한 기본 개념, 데이터 분석 관련 내용을 측정한다”며 “해커톤 이후 비슷한 수준의 문제로 사후검사를 진행해 교육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대는 이번에 개발한 교육 포맷을 다른 환경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천 대신 농어촌이나 산림을 현장으로 설정하고 지역별 환경 데이터와 이야기를 결합하면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번에는 하나의 포맷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하천 이외에도 다양한 현장에 접목할 수 있다”며 “성과가 확인되면 농촌과 어촌, 산촌으로 확대할 수 있고 나무와 산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약 4시간으로 설계된 몰입형 체험의 규모와 이동 거리, 난이도를 조정하면 청소년 프로그램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비전공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며 “학생들의 체력과 수준을 고려해 규모와 난이도를 조정하면 운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참가 대상은 전공과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 부산지역 대학생과 대학원생이며, 신청은 오는 31일까지 받는다.

지역 대학에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가 게임과 연극, AI, 환경 데이터를 연결하는 현장형 에듀테크 모델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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