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호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건축은 우리가 매일 만나는 일상 속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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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손충남 기자
입력 2023-04-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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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의 미래상, 건축문화의 혜택, 창의적 건축가 부산국제건축제 통해 알릴 것

  • 건축은 시대의 기술과 경제, 사회상을 담아내는 그릇

  • 한국 건축, 역동적이고 창의적이지만 제도적 한계와 인식 부족에 발목 잡혀

 

이성호 동아대학교 교수가 부산국제건축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올해 2월 (사)부산국제건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에 선임됐다. [사진=손충남 기자]

“이번 전시를 통해서 건축이 더 이상 어렵기만 한 전문가들만의 분야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매일 만나고 있는 일상 속의 문화라는 사실을 시민들이 공감하실 수 있었으면 한다.”
 
(사)부산국제건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성호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소망이다.
 
올해 9월 열리는 부산국제건축제는 23회째를 맞이한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문화 축제로 오는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리게 된다. 부산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건축’을 통해 알아보고자 마련된 이번 행사로 지난해까지 부산건축제에서 올해부터 부산국제건축제로 변경된 것이 특징이다.
 
이성호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올해 2월 (사)부산국제건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에 선임됐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조직의 대표인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며 “부산의 미래상을 제시하자. 시민들에게 건축문화의 혜택을 누리도록 훌륭한 건축물을 보여주자, 그리고 창의적인 부산의 젊은 건축가들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자는 목표를 가지고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부산국제건축제는 전시, 강연을 비록해 시민 참여이벤트 행사까지 다양하게 준비했다. 이 교수는 “주요 전시 프로그램으로 항만도시 우수개발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함부르크 하펜시티 도시건축전, 미래 부산의 건축을 이끌어갈 젊은 건축가들의 창의적 역량을 담은 젊은 건축가 퍼빌리온과 폴리 작품전, 일상 속의 건축 문화 누리기 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시 행사 외에도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초청강연회, 시민건축투어, 건축영화제, 어린이 건축체험프로그램 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이 교수가 집행위원장에 선임된 부산국제건축제조직위는 2001년 부산 도시 건축문화의 창달을 위해 건축가협회, 건축사회, 건축학회와 부산시청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진 조직으로, 시민들에게 건축문화의 혜택을 골고루 전달하기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는 문체부에 등록된 공익 단체다. 올해는 조직의 혁신과 도약을 위해 박형준 부산시장을 조직위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한 상태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잘 알고 계시는 영화의 전당이나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국제적 위상에 맞는 건축물들을 국제 공모전을 통하여 설립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힌 이성호 교수는 “부산의 도시 건축현안을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국제워크숍, 포럼과 같은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며, 건축문화 확산을 위한 시민건축투어, 어린이건축워크숍 등 교육, 이벤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은 시대의 기술과 경제, 사회상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 이 교수는 “현재 무한히 발전하고 변화하는 건축과 이를 담는 도시 그 자체가 한국의 정신과 기술 경제 사회를 담는 그릇”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외국에서 본 한국인은 영민하고 역동적이며 한국의 도시는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며 성장하고 있다. 또 k-pop, k-food 등 가장 직관적인 대중문화에서 이미 한국인의 역동성과 영민함이 드러나며, 건축과 도시는 이러한 대중문화와 함께 변화하고 발전한다”며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지금의 젊은 건축가들의 창의적 활동에 의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건축을 담는 도시 또한 도시인의 생산, 소비, 여가의 터전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면서도 “다만 현재 한국의 도시 미학은 건축에 비해 창의적인 면을 직관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계획에 좀더 입체적인 창의성을 넣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단계에서 3차원적 창의 활동의 가장 전문가인 건축가들이 도시계획기술 전문가들과 동등히 협업해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경제논리와 엔지니어링의 논리로 치중되었던 도시에 좀 더 창의적이고 영민한 ‘한국인의 정신과 사회문화가 도시에 담겨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건축의 장점은 ‘역동성과 창의성’이지만, 문제점은 ‘이러한 역동성과 창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 및 건축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좀 더 자유로운 창의작 활동을 독려할 수 있도록 건축 인허가상의 각종 심의절차 등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으며, 공공사업에 있어서의 예산의 현실화와 문화유산으로서의 건축의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그만의 건축 노하우도 살짝 공개했다. 그는 “평면은 질서 속의 자유, 공간은 빛으로 가득찬 유동적 공간, 내부 공간의 건축경관화를 추구한다”며 “건축은 관계성을 구축하는 것으로 외부와 내부, 막힘과 열림,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형성하는 건축을 하려 한다. 특히 건축의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관계성을 형성하는 프레임으로서의 건축을 프랑스에서 배워왔으며 늘 실행하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건물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인 요즘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물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센텀시티의 상징이 된 영화의 전당이 있고, 마린시티의 아이파크 또한 부산 자본주의의 상징적 건축물이라 판단된다. 그 외 키스와이어 센터, F1963 등이 있다. 또 주거건축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광안리 용호만의 W 등 당시 미래의 건축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던 새로운 시도의 건축물들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부산은 헤테로시티(다양한 형상들이 혼재되어 있는)다”로 정의내린 이성호 교수는 “부산은 산과 바다가 엮여있는 지형 속에 그 부산성을 간직하고 있는 원도심이 있는 반면,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의 개방성과 발전적 미래상을 보여주는 광안리 해운대, 센텀, 마린시티 등이 있다. 또한 7개 해수욕장과 금련산, 황령산을 가진 부산지형 자체가 도시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합리주의적 방식에서 빛과 공간변화에 의한 감동을 주는 고전적인 건축미학에, 부산도시의 지형과 도시맥락과 지역성을 담을 수 있는 건축이면 충분히 부산을 대표하는 훌륭한 건축이 될 것”이라며 “국제적 수준의 선진건축의 도입도 부산건축문화발전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건축이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을 높이 사서 주는 상으로, 매해마다 수상자의 국가와 성향과 건축 특성이 다르나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공통점을 갖는다.
 
올해 수상자인 치퍼필드를 비롯해 역대 프리츠커상의 수상자를 살펴볼 때 세계 건축계의 이슈와 추구 가치는 명확하다. 이 교수는 “현대 동시대의 건축의 가치는 탁월한 디자인과 더불어 지역사회와 인류발전에 공헌한 바가 크다”며 “사회적 민감한 부분을 세련된 건축의 미학으로 훌륭하게 풀어주는 작품들, 그리고 인간중심 지역주의 건축을 담되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건축미학을 담는 건축이 인간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하는 미래형 건축이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근래 도마 위에 오른 건축설계 표절에 대해서 “어떤 작가든 타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거나 배울 거리를 찾는 것은 당연하나 그 형태를 그대로 모방한다는 것은 당연히 지양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건축에 있어서 주어진 프로그램이 다르듯이 내부공간의 구성방식이 같기가 힘들 것이며 건축형태는 그 내부공간의 구성방식이 외부에 드러나는 것이 가장 이성적인 건축이라 생각한다”며 “그러기에 만약 이성적인 건축을 하는 건축가라면 표절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성호 교수는 “서울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수준 높고 심미한 건축과 해양 부산도시의 미래 비젼을 위한 참고가 될 수 있는 선진사례를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부산시의 신진 건축가들의 역량과 능력과 감수성을 보여주고 싶다”며 “가능하면 이러한 일이 9월에 개최될 부산국제건축제에서 보여줄 소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성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프랑스 파리 벨빌국립고등건축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약 6년간 현지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디자인환경대학장으로 건축가로 활동 중이며 올 2월부터 (사)부산국제건축제조직위윈회 집행위원장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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