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대출 묶은 대통령, 자택 매각엔 17억 근저당…정책 신뢰 흔들린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를 29억원에 매각해 무주택자가 됐다. 1998년부터 28년간 보유한 집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소유권을 넘기면서 이 대통령 부부를 근저당권자로 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이 함께 설정됐다. 실제 미지급 잔금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부터 넘겨받고 대통령 부부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채권을 확보한 거래다.

거래 시점도 눈에 띈다. 이 아파트가 포함된 양지마을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난달 말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을 마치고 이르면 이달 말 지정 고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신탁 방식으로 추진되는 재건축은 사업시행자 지정 이후 주택을 양수한 사람의 권리 승계가 제한될 수 있다. 계약 이틀 만에 잔금을 모두 받기 전 소유권을 넘긴 배경으로 이런 재건축 일정이 거론된다.

금융권 대출 규제와 사인 간 잔금 유예는 법적으로 다른 영역이다. 매도인이 미지급 잔금을 담보하려고 근저당을 설정한 이번 거래도 불법이라 볼 근거는 없다. 분당구청도 토지거래허가와 부동산거래신고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나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 위반 여부가 아니라 정부가 내세운 대출 규제의 취지와 대통령의 거래 방식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는 데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의 2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묶었다. 29억원인 이 아파트에 적용되는 금융권 주담대도 최대 2억원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매수인의 잔금 지급을 미뤄주고 해당 주택에 17억원대 근저당을 잡았다. 금융권 대출 규제로 커진 매수인의 초기 자금 부담을 매도인이 덜어준 결과가 됐다.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주택 매각 의무가 없었지만 부동산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주변 호가보다 낮은 29억원에 팔았다고 설명했다. 근저당은 “매수자의 사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매수인들은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를 오는 10월 말 처분한 뒤 잔금을 지급하고 근저당을 말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의 윤곽은 드러났지만 실제 미지급 잔금의 규모와 이자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유권이 이전돼 대통령이 무주택자가 된 것은 맞지만 매매대금 정산까지 끝난 거래는 아니다.

대통령이라고 집을 싸게만 팔아야 하는 것도, 매수인의 편의를 봐줘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강한 대출 규제를 시행하는 정부의 최고 책임자라면 이례적인 거래 조건에 대해 더 무거운 설명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실은 실제 미지급 잔금의 규모와 이자 부과 여부 및 이율, 약정 상환일 등 거래의 핵심 조건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규제를 세게 조인다고 신뢰를 얻는 것이 아니다. 정책을 만든 사람들이 자기 거래에서도 그 취지를 존중할 때 설득력이 생긴다. 대통령이 무주택자가 됐다는 상징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한 원칙과 맞았느냐다. 거액의 근저당에 대한 설명 없이 정상화 의지만 앞세운다면 규제는 남아도 정책 신뢰는 남기 어렵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