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개봉 이후 극단적인 호불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봉 전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진행한 대담(GV)이 재조명됐다.
나 감독은 작품의 구조와 연출, 결말, 외계인 설정 등 대부분의 요소가 철저한 의도 아래 설계됐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접한 관객들은 "의도와 결과는 달랐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나 감독은 먼저 영화의 구조에 대해 "원래는 아침부터 새벽 예배가 끝날 때까지 하루 전체를 담은 시나리오였지만, 밀도를 높이기 위해 낮까지만 담는 방식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특수효과 영화들이 흔히 사용하는 '어두워서 안 보이게 하는 트릭'을 쓰지 않기 위해 모든 액션과 배우들의 연기를 대낮에서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다"며 "영화 초반 약 60분은 하나의 독립된 작품처럼 완결성을 갖도록 설계, 작은 사건(소 한 마리의 죽음)에서 시작해 우주적 스케일로 확장되는 구조를 의도했다"고 덧붙였다.
또 "관객의 감정도 의도적으로 설계했다"며 극 초반 외계인이 죽는 장면에서 관객이 무심코 웃었다가 이후 죄책감을 느끼도록 구성했으며, 외계인의 언어 역시 처음에는 자막 없이 보여주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번역과 외계인 시점을 늘려 관객이 점차 외계인에게 감정이입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인간 캐릭터들 역시 의도적으로 개성을 줄이고 전사를 최소화해 인간과 외계인의 관계와 충돌 자체에 집중하도록 연출했다고 밝혔다.
결말에 대해서는 "같은 우주적 재앙을 마주하고도 외계인은 운명을 바꾸려는 의지를 보이는 반면 인간은 대화를 포기하는 모습을 대비시켰다"며 특히 마지막 '그만 말하라'는 대사는 촬영 3일 전 새롭게 추가한 것으로 합천 촬영지에서 본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의 감정이 외계인 쪽으로 기울기를 바랐다"며 "나라면 마지막에는 외계인 편에 설 것 같다"고 말했다.
나 감독에 따르면 영화 속 인간과 외계인의 대비도 의도적인 장치였다.
극 중 인간은 외계인의 외모와 냄새를 조롱하지만 실제로는 인간 쪽이 욕설과 배설물 유머를 반복, 외계인은 품위 있는 언어와 질서를 가진 존재로 설정해 관객의 감정이 점차 외계인에게 향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 감독은 자신의 연출 스타일이 변화한 부분에 대해 "'추격자', '황해', '곡성' 모두 정보를 가장 모르는 주인공이 뛰어다니다 무너지는 구조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몇 년 전 '이제 당신 영화의 루틴을 알겠다'는 한 평론가의 말을 듣고 스스로 화가 났다"고도 밝혔다.
이후 스토리와 비주얼, 설정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깨려 했으며 이러한 변화가 '호프'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극 중 외계인들이 언급하는 '3몰리의 시간'에 대해서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며 구체적인 설정을 일부러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속편 계획과 관련해서는 "현재는 계획이 없으며 작품이 끝난 뒤 잠시 영화판을 떠나 쉬고 싶다"면서도 "속편은 결국 관객들의 사랑과 흥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영화 제목 '호프'의 의미, 실제 호프 마을, 1980년대 배경 설정 이유, 황정민 캐스팅 과정, 외계인 디자인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지만 GV 내용이 온라인에서 확산되자 누리꾼들은 "감독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영화가 이를 전혀 전달하지 못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누리꾼들은 "이거 읽어보니 영화 제대로 망했네. 감독이 의도한 것, 설계한 것 전부 실패했다", "보다 보면 뭘 의도했는지는 알겠는데 개연성과 대사가 너무 무너졌고 내용도 중간이 통째로 삭제된 느낌이었다", "액션만 남았는데 그것마저 너무 많아서 빨리 끝나기만 바랐다", "의도는 확실히 실패한 게 맞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관객이 외계인에게 감정이입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면서 초반에는 외계인이 마을 주민을 학살하는 장면을 역대급 수위로 보여준다. 사람이 터져 죽고 피가 튀고 차량이 뒤집히는 장면을 본 뒤 죽은 외계인 한 마리만 보여주며 공감하라고 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들의 욕설과 저속함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영화 속 인물만 저속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저급하게 느껴졌다"며 "CG를 대낮에 모두 드러내겠다면 그만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오히려 어색함만 부각됐다. 차라리 다른 영화들처럼 어둠을 활용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외계인의 서사를 점진적으로 이해시키려 했다면 먼저 관객이 외계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빌드업이 있었어야 했다"며 "직전까지 주인공을 죽이려던 외계인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자막과 함께 사연을 풀어놓는다고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계인의 과거와 핵심 설정은 마치 2편에서 풀릴 것처럼 넘겨버리는데 현실적으로 속편이 제작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영화에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GV나 기사, 존재하지도 않는 후속편에 기대야하는 것 자체가 관객 설득에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한편 '호프'는 15일 개봉 이후 최단기간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성에 대해서는 관객들 사이에서 극명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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