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더 이상 하나의 신기술이 아니다. 이제 AI는 국가의 경제 경쟁력과 산업 생산성, 국가안보, 나아가 지정학적 영향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AI를 개발하고 이를 제조업, 의료, 교육,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는 미래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과 인도가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6 한·인도 인공지능 포럼(India–Korea Forum on Artificial Intelligence 2026)' 은 이러한 가능성을 잘 보여주었다. India–Korea Forum (한-인도 포럼)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양국의 연구자, 산업계 전문가, 기업인, 정책 담당자, 그리고 차세대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AI 거버넌스, 교육, 헬스케어, 스타트업, 산업혁신, 인재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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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요한 과제는 이러한 논의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제도적 협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인도는 지금 AI 분야에서 빠른 변화를 이루고 있다. 더 이상 단순한 IT 아웃소싱 국가가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와 우수한 공학 인재, 스타트업, 연구기관, 그리고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AI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IndiaAI Mission이 있다. 이 사업은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 양질의 데이터 구축, 자체 AI 모델 개발, 스타트업 지원, 전문 인재 양성, 그리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AI 활용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3 만 개 이상의 GPU 확보 계획과 함께 AIKosh 플랫폼을 구축하여 연구자와 기업들이 데이터와 AI 모델,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도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보다 '규모(Scale)'에 있다. 인도는 디지털 신원체계(Aadhaar), 통합 결제 시스템(UPI), 디지털 행정 플랫폼(DigiLocker), 개방형 디지털 상거래 네트워크(ONDC)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디지털 공공 인프라(Digital Public Infrastructure)를 구축하며 수억 명의 국민을 디지털 경제에 연결했다. 이러한 경험은 AI를 의료, 농업, 교육, 금융포용, 공공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대규모로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인도는 세계 최대 수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전문가, 과학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수많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 인재를 배출하며, 젊은 인구 구조와 방대한 개발자 커뮤니티는 AI 시대 인도 최대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또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칩, 전자산업, 통신, 자동차, 로봇, 배터리, 첨단 제조업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혁신적인 기술을 글로벌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반도체, 초거대 AI 모델, AI 인재
양성, 산업 전반의 AI 전환 등 국가 차원의 AI 전략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AI,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피지컬 AI 분야는 앞으로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인도는 경쟁 관계라기보다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한국은 첨단 하드웨어와 정밀 제조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인도는 소프트웨어, AI 알고리즘, 디지털 플랫폼, 그리고 풍부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양국의 이러한 강점이 결합된다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AI 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협력의 출발점은 인재 양성이어야 한다. 양국 대학은 공동 AI 학위과정과 복수학위 프로그램, 공동 연구센터, 학생 및 교수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인도의 젊은 AI 인재들에게 반도체, 스마트 제조, 로보틱스 분야의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한국 연구자들은 인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대규모 AI 개발 경험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AI 스타트업 협력이다.
인도의 스타트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대규모 사용자 기반 서비스 구축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첨단 제조기술과 글로벌 공급망, 투자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공동 액셀러레이터와 벤처투자 프로그램을 구축한다면 인도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한국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결합한 혁신 기업을 함께 육성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산업 AI 협력이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은 이미 인도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협력 기반을 활용하여 스마트팩토리, 예지보전, 공급망 최적화, 자율 생산 시스템, 에너지 효율화 등 제조업 AI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확대할 수 있다.
네 번째는 AI와 반도체 협력이다. 오늘날 AI 경쟁력은 고성능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 없이는 확보할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 반도체 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인도가 협력한다면 AI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양국은 책임 있는 AI 거버넌스 구축에도 협력해야 한다. 한국은 AI 기본법을 통해 혁신과 신뢰를 동시에 추구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민주주의와 포용성을 바탕으로 AI 정책을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인도의 디지털 공공 인프라 구축 경험과 다언어 사회에서의 AI 활용 경험은 국제적인 AI 거버넌스 논의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한·인도 AI 협력은 미국이나 중국의 모델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양국은 민주주의 가치와 포용성, 기술 혁신, 그리고 실질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함께 추구하는 새로운 AI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동안 한·인도 경제협력은 주로 제조업과 교역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제 AI는 양국 관계를 지식과 혁신, 인재, 그리고 첨단기술 협력 중심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킬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한·인도가 AI 분야에서 협력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양국의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하나의 전략적 AI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최근 개최된 2026 한·인도 인공지능 포럼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었다. 이제 정부와 대학,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협력하여 이러한 논의를 실질적인 정책과 공동 프로젝트로 이어간다면, 한·인도 관계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지향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라지브 쿠마르 필진 주요 이력
▷한-인도 포럼(India–Korea Forum) 회장,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초빙연구원, 전 미국 동서문화센터(East-West Center) 객원연구원, 인도 델리대학교 학사,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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