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2030 세대 청년들과 '키덜트(Kidult)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과거 도매 위주로 전국의 문방구 사장들로 붐볐던 국내 최대 완구 공급처인 이 골목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이제 MZ 세대가 찾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했다.
대략 150~200m의 짧은 시장 골목 안에는 100여 개의 할인매장이 밀집해 있다. 요즘 창신동 완구 시장에서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은 단연 '말랑이'였다. 말랑이는 손으로 쥐거나 늘리면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2030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부드러운 촉감과 탄력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 안정에 좋다는 입소문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성인들 사이에서도 '말랑이'는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은 제품 디자인과 특성에 따라 2000~6000원 정도로 형성됐다. 왁스로 코팅된 겉면을 손으로 눌러 바삭하게 깨지는 듯한 효과를 주는 '왁뿌볼'도 대세 아이템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찾은 완구시장 골목엔 어린이들은 물론, 젊은 커플과 부부, 손주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 어르신,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성별·연령·국적이 다양했다.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고 있다는 40대 한국인 여성 A씨는 "휴가 차 가족들이 있는 한국에 왔는데 SNS에서 말랑이가 인기라는 정보를 듣고 아버님을 모시고 아이와 함께 시장을 찾았다"며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종류가 다양해 아들이 무척 마음에 들어한다"고 전했다.
저출생이 장기화되고 온라인 유통망이 확산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던 완구·문구 시장이 생기를 되찾고 있는 현장인 셈이다.
창신동 완구시장은 본래 1960년대부터 동대문 인근에서 상인들이 문구장사를 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상권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지만 이를 극복한 것은 변화를 거부하지 않은 상인회의 자구적인 노력에 있었다.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상인회는 가만히 앉아서 도매 수요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상권 타깃을 '어른이(성인 소비층)'로 확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자라면서 경험한 일반적인 매장과 다르게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의 경우 마치 어린 시절 보물를 하는 느낌을 선사하면서 방문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2030세대의 완구 소비 증가도 완구 시장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최근 NH농협은행이 자사 고객들의 상반기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030 세대의 완구 관련 지출은 직전년도 대비 무려 224% 급증했다.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와 매출 상승에 상인회도 고무돼 있다. 말랑이가 SNS를 통해 유명해진 후 올해 3월부터 일일 평균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2배 급증했다고 시장 상인들을 입을 모은다.승진완구를 운영하며 이 골목에서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온 송동호 창신동 완구시장 상인회 회장은 "평일은 3000~5000명, 주말은 최대 1만5000명까지 시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상인회는 특히 고객들의 안전한 쇼핑에 힘을 쏟고 있다. 송 회장은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운영 중"이라며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낙후된 시설을 정비해 시장에 활력을 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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