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이 크지만 증시가 여전히 뜨겁다. 그런데 이제는 걱정이 앞선다. 너무 가파르게 올랐으니 내리막길도 급경사일지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더 숙고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부동산 때문에 가뜩이나 심각한 자산 양극화가 주식시장으로 인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반도체 대형주 몇 종목인데 반해 나머지는 대부분 파랗게 질려 있다. 급격히 불어난 ‘빚투’에 잠 못 이루는 개미들이 많다.
지금은 분명 자산 양극화 시대다. 부동산도 그렇고 금융 자산시장도 그렇다. 시장경제에선 양극화 현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 정도가 인간의 기본적 자유와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해당 공동체의 정상적인 유지 발전에 해를 끼칠 수준이라고 판단될 때는 그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 ‘1가구 1주택’ 등 그동안 제기됐던 수많은 부동산 관련 규제도 이런 공감대를 전제로 했다. 한국 사회가, 특히 서울과 수도권이 부동산 양극화에 볼모가 돼 버린 지금 상황에선 더욱 강력한 규제가 헌법적 기초에서 검토돼야 할지 모른다.
사실 금융은 부동산보다 기본권적 검토가 더 필요한 영역이다. 우리가 현재 삶을 영위하고 있는 생활 현장에서 ‘금융’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영역이 과연 있을까. 그만큼 금융은 이제 우리에겐 그 무엇과 비교해도 가볍지 않은 무거운 공공재이고 필수재인 상황이다.
그럼 금융 기본권(Fundamental Right to Finance)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개인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금융 기본권이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금융에 대한 개인의 최소한의 접근권 보장이다. 현대 사회처럼 금융이 필수재인 환경에서 금융에서 배제되는 것은 곧 인간의 기본권 박탈이나 다름 없다. 예컨대 어떤 이유에서건 금융회사에서 계좌 개설을 거부당한 개인이 있다면 과연 그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금융 업무의 온라인화와 동시에 은행마다 점포 수를 줄여가는 추세다. 은행 점포에서 현금을 인출해 생활하던 비도시지역 거주 노령자에겐 앞으로 닥칠 은행 지점 폐쇄가 공포 대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이런 류의 문제는 사실 별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계좌 보급률이 79%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그 수치가 99%를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금융 기본권의 핵심 배경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금융 양극화로 귀결된 기본권적 침탈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잔인한 한국 금융’의 현주소가 이런 사각지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선 신용이 낮은 저신용층이 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다. 너무 높은 금리를 요구받거나 그것도 안 되면 사금융으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금융을 시장논리라는 사익 추구에만 맡겨두면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4조의 사회권적 기본권이 무색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관점에서 전학선 한국외대 법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을 ‘상품’에 머물지 않고 인간 생존권과 직결된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금융 기본권의 과도한 확장은 은행의 계약, 영업자유 및 재정 건전성과 충돌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 기본권 논의의 핵심은 이러한 ‘사익 영역’과 국가가 개입해야 할 ‘기본권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이렇게 될 때 금융 기본권은 개인, 은행, 국가라는 3자 관계 속에서 국민이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되지 않고 인간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도록 보장하는 현대적 기본권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금융기본권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에 앞서 기본금융 혹은 기초금융 등 용어가 사용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기초대출, 기초저축, 기초보험, 기초채무조정 등 정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금융 혹은 기초금융 용어에 대해선 거부감이 없지 않다. 일방적인 퍼주기 아니냐는 인식이 조금 퍼져 있는 듯하다. 대신 금융 기본권 논의는 헌법상 기본권 개념을 토대로 하고 있어 거부감도 적고 영역 확대 여지도 크다.
물론 이런 토대 인식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던 게 서민금융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유는 많다. 먼저 서민금융 개념은 기존 금융시스템을 건드리지 말고 별도의 카테고리에서 금융소외자를 다루자, 그 재원은 재정에서 충당하자 등이다. 그러나 복지대책 수준의 정책으로는 이미 기울어져 버린 금융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없다. 이제는 금융시스템 전체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금융 양극화에 대한 처방이 금융시스템 내부에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고신용자 대출이 실제 시스템 리스크를 더 키웠다는 연구 사례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한국 금융에서 이런 금리의 역진성은 진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금리 절벽(잔인한 한국 금융) 문제를 근본부터 다시 짚어야 할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헌법 개정 시 금융 기본권을 당장 명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대신 기본권을 열거하는 조항에서 금융, 두 글자를 추가하는 정도의 절차는 꼭 필요해 보인다. 그만큼 금융이 현대사회의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헌법 조문 손질에 앞서 금융 기본권 관련 입법이 먼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다뤄지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금융 기본권과 관련해 세세한 내용을 모두 법에 담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과잉 입법은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법에 명시할 기본 가이드라인 외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준공공기관인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지도 관리하면 되는 일이다. 은행이 준공공기관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맞다고 본다. 과거 전직 대통령 서거 때 꾸려지는 국장 장례위원에 은행장(금융지주 회장)을 포함시킨 것이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닌 듯하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국제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매경TV·매경출판 대표, 매일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 등 ▷서울대 경제학부 객원교수 ▷한국데이터홈쇼핑협회 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