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바뀐 줄도 몰랐다...중소·중견기업 75% '법무 공백'

  • 법령 변화 인지 늦어…절반 이상 "시행 이후에야 파악"

  • 17% 최근 3년 내 제재 경험…법령 해석·인지 부족이 원인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중소·중견기업 4곳 중 3곳이 법무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령과 규제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제때 파악하거나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중견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중견기업 법·제도 대응역량 및 애로사항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5.3%는 전담 법무조직이나 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전담 인력 없이 필요할 때 외부 자문에 의존한다'는 응답이 3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타 부서 인력이 법무 업무를 병행한다'는 응답이 22.7%, '별도 대응체계가 없다'는 응답이 17.3%로 집계됐다. 반면 '법무 전담 조직과 인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기업은 14.0%, '전담 인력만 보유하고 있다'는 기업은 10.7%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 격차도 뚜렷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83.5%가 법무 전담 조직·인력을 두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견기업도 59.0%가 별도 법무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규모가 작을수록 법무 리스크 대응 기반이 더 취약한 셈이다.

새 법령과 제도 변화를 인지하는 시점도 늦었다. '새로운 법·제도가 도입되거나 변경될 때 통상 언제 인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2.7%가 '법·제도가 시행된 이후'라고 답했다. '시행유예기간 내 인지한다'는 응답은 33.6%였고, '입법예고나 국회 심의 단계부터 인지하고 모니터링한다'는 기업은 13.7%에 그쳤다.

법령 변화에 대한 대응 지연도 실제 제재로 이어지고 있었다. 응답기업의 17.0%는 최근 3년간 법률·규제를 지키지 못해 벌금 등 행정제재나 형사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없다'는 응답은 71.7%,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3%였다.

법령 인지 부족이나 해석 오류와 관련된 응답이 43.1%로 나타나기도 했다. 제재나 처벌을 받은 이유로는 '업계 관행상 준수가 어려웠다'는 응답이 3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사 적용 여부나 이행방법을 잘못 해석했다'는 응답이 31.3%, '법·제도 신설 또는 개정 사실을 몰랐다'는 응답이 11.8%로 나타났다.

법무 대응 과정에서 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분야는 '근로·노무'였다. 해당 응답은 6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산업안전' 38.3%, '공정거래·하도급' 31.7%, '세무·조세' 29.0% 순이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법·제도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맞춤형 법령 가이드라인 마련'을 가장 많이 꼽았다. 복수응답 기준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법령 가이드라인 및 이행방법 해설서 마련'은 51.0%로 집계됐다. 이어 '법 시행 전 충분한 유예기간 보장 및 사전예고 강화' 47.0%, '저비용 법률 상담·자문서비스 확대' 44.3%, '법·제도 대응 방안 교육·세미나 확대' 29.0%,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 컨설팅 지원' 18.0%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중소·중견기업은 법·제도의 신설 및 개정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자사 적용 여부와 이행방법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법령에 대한 인식 부족이 의도치 않은 법 위반으로 이어지는 만큼 현장에 맞는 알기 쉬운 법령 해설 가이드라인과 홍보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1일부터 29일까지 중소기업 200개사와 중견기업 100개사 등 총 300개사를 대상으로 전화와 이메일·팩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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