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사퇴도 재신임도 없다" …달라진 '張의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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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입장이 적지 않게 달라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 2월 5일 장동혁 대표는 “누구라도 내일까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제 사퇴와 재신임 요구를 한다면 저는 곧바로 전 당원 재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6일 장동혁 대표는 전 당원 투표를 통한 재신임 방안에 대해 “마음에 안 들면 또 비상대책위원회로 가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 것”이라며, “계파를 모아 목소리를 내는 척하면서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끌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당의 체질을 바꾸는 게 보수 재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보면, 장동혁 대표는 더 이상 당원들에게 재신임을 묻고자 하는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입장 변화의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사퇴를 요구하는” 정치인이 당내에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설령 그러한 정치인이 없다 하더라도, 장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언급했던 지난 2월보다 현재의 당내 분열 양상이 오히려 더 심화됐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현재 장동혁 대표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데, 상황이 이처럼 열악하다면 당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당대표직 사퇴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오히려 더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전 당원 투표를 통한 재신임이다. 그럼에도 장 대표가 재신임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논리적으로 부자연스럽고, 그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이런 차원에서 하나의 가능성으로 상정할 수 있는 것은, 당원들의 ‘이념 지형’이 변화했을 가능성이다. 이른바 ‘윤 어게인’을 외칠 정도의 강성 당원들이 이탈했고, 그 결과 전 당원 투표를 통한 재신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당의 정확한 당원 규모조차 알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만큼, 당원들의 이념 지형 변화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추정까지 하게 되는 이유는, 장동혁 대표의 입장 변화가 향후 한국 정치에 미칠 파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29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검과 법사위원장 문제, 두 개만 해결되면 내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고 하지 않았나. 왜 그걸 모르고 계속 사퇴를 이야기하는 거냐”라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는 장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 우재준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발언 자체가 장동혁 대표에게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근거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두 조건 가운데,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검의 경우,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야기한 책임 소재를 규명한다는 점에서 민주당 역시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여권 전반이 지지율 부진에 시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선관위의 무능과 무책임이 마치 정부의 책임인 것처럼 여론에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특검을 무조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오해’라고 표현한 이유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어서 그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할 권한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대통령으로서는 이러한 여론의 인식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이러한 여론 확산을 억제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데, 그 일환이 바로 특검 수용이다. 이런 맥락에서 특검 추진은 실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문제는 두 번째 조건인 법사위원장직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직을 차지하겠다는 입장인데, 민주당이 이를 양보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법사위는 모든 법안 처리의 길목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법사위원장을 내줄 경우, 민주당은 그동안 보여온 이른바 ‘단독 처리’ 방식의 정치 행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공소 취소 논란을 빚고 있는 ‘ 조작 기소 특검’ 추진 역시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가 법사위원장 확보를 사퇴의 전제조건 중 하나로 내건 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장동혁 대표는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재신임 또한 거부하는 입장으로 요약된다. 이런 상황에서 장동혁 대표는 오히려 ‘징계 정치’에 다시 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민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오는 6일 징계 안건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6·3 지방선거 기간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도왔던 당내 인사들에 대한 징계 요청 등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달 중순경 징계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의 내홍은 폭발 직전까지 치달을 수밖에 없다. 즉 분열을 최소화하기보다 오히려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당을 이끈다는 비판이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러한 국면이 계속될 경우 당내 의원들의 동요 역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영남권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로서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자체만 유지되면 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이런 국면이 지속되면 당의 지지율이 추락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영남권 의원들의 위기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여기서 장 대표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선거 이후 당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가 국민의힘 자체를 향한 여론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지율 상승 이유는. 한동훈 의원과 오세훈 시장이 여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한 데 따른 반사 효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측면을 직시한다면 지금과 같은 행보는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향후 행보가 못내 안타까워지는 요즘이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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