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이 없다.' 최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한때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시작했던 가게는 이제 생계를 위협하는 짐이 됐고, 어렵게 버티던 점포마저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폐업 100만 시대'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닐 정도로 우리 골목상권의 위기는 심각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30일 발표한 폐업 사업자 실태를 보면 지난해 내수 부진에 따른 매출 악화 등으로 폐업한 사업자 수가 97만6000개사에 달했다. 폐업 전에는 매출 부진과 비용 상승으로 경영 악화에 직면했고, 폐업 후에는 생계 불안과 재기 경로 부재로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주로 종사하는 음식·서비스업 등 6대 업종의 폐업 수는 75만1000개,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뿌리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모세혈관이자 국민 고용의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지금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고물가와 고금리,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손님은 줄었고, 매출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사이 임대료와 원재료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중요한 제도다. 하지만 경제 현실과 업종별 지불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생산성이 높은 사업장과 하루하루 현금 흐름을 걱정하는 골목상권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지속적으로 오르면 선택지는 많지 않다. 직원을 줄이거나 가족 경영으로 전환하고,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결국 폐업을 선택하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려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감소와 폐업 증가로 이어진다면 정책의 선의가 오히려 현장에서 역효과를 낳는 셈이다. 결국 일자리가 사라지면 근로자와 자영업자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장에서는 "직원을 더 뽑고 싶어도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 "가족이 무급으로 일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폐업이 늘어나면 그 피해는 개인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상권 전체가 쇠퇴하고 지역경제가 위축되며 금융권 부실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소상공인의 위기는 곧 우리 경제의 위기라는 점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영세 사업자의 생존을 함께 지킬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지탱할 실질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 일회성 현금 지원만으로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고용 지원 확대, 저금리 정책자금 공급, 임대료와 공공요금 부담 완화, 세제 지원 강화,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판로 확대 지원 등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폐업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재창업과 업종 전환을 돕는 안전망 구축도 중요하다.
경제는 현장에서 움직인다.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내수경제도 살아날 수 없다. 소상공인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경제주체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은 이상보다 현실을, 명분보다 지속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최저임금의 공익적 목적도 중요하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 여건과 시장의 현실 역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선의를 담은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버티지 못하면 결국 누구도 보호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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