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과 SR의 고속철도 통합 논의가 선로사용료 체계 개편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해 원가 기반의 ‘단위사용료’ 체계를 도입했지만, 제도 안착 전 운영사 통합이 추진되면서 향후 정산 방식과 사용료 수준을 둘러싼 재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공단은 기존 매출 연동형 선로사용료 방식을 열차 운행 거리와 횟수에 따라 부과하는 단위사용료 체계로 개편해 시범 운영 중이다. 선로사용료는 철도 운영사가 국가 철도시설을 이용하는 대가로 공단에 납부하는 핵심 수입원이다.
공단은 제도 전환에 따른 운영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5~2027년을 시범운영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 기간에는 단위사용료 체계를 적용하되, 실제 정산은 운영사 매출을 기준으로 상·하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기존 수준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했다.
문제는 오는 9월을 목표로 추진되는 코레일·SR 통합이다. 단위사용료 체계는 코레일과 SR이 나뉘어 운행하는 복수 운영 체제를 전제로 도입됐다. 두 운영사가 하나로 합쳐질 경우 운행 체계와 노선 배분, 운임 구조가 바뀌면서 선로사용료 산정 방식에도 추가 조정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업계에서는 통합 이후 SRT 수준의 운임 조정이나 중복 노선 효율화가 이뤄질 경우 공단의 선로사용료 수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운행 횟수와 거리, 매출 구조가 달라지면 현재 과도기적 정산 방식만으로는 수입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단은 통합 전후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현행 단위사용료 체계에서는 선로사용료 수입이 기존과 큰 차이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과 SR에 다르게 적용되던 매출 요율 차이가 단위사용료 도입으로 정리된 만큼, 통합 자체가 곧바로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통합 이후 출범할 단일 운영사와의 협상은 남은 변수다. 통합 코레일이 경영 부담 완화나 운임 조정 등을 이유로 선로사용료 부담 완화를 요구할 경우 공단과 운영사 간 2차 협의가 불가피할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선로사용료 분담 문제는 고속철도 통합 이슈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며 “변수가 생겨 기존 방식 적용이 곤란해지거나 산정 방안 개편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용료 보전 장치 마련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도공단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선로사용료 개편 논의를 민감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도로공사 등 다른 인프라 공기업이 통행료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갖춘 것과 달리, 철도공단은 철도 거버넌스가 바뀔 때마다 핵심 수입원인 선로사용료 체계가 영향을 받는다. 공단은 국산 차세대 열차제어시스템인 KTCS-2 도입 과정에서 KTX와 SRT 차상 신호장치 개조 비용 약 2541억원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고속철도 통합 이후 운영 효율화 논의가 선로사용료 인하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통합 효과와 운영사 부담만 볼 것이 아니라 철도시설 관리 재원까지 포함한 재정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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