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는 자국의 한 신생 기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미개발 텅스텐 광산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굵직한 계약을 체결했다. 무대가 된 국가는 카자흐스탄, 그리고 문제의 핵심 자원은 바로 '텅스텐'이었다.
계약의 주인공은 미국의 '카즈 리소시스(Kaz Resources)'다. 미국 정부는 이 기업에 최대 16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연방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정상회의 현장에서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와 양해각서를 맺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보다 몇 주 앞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며 최종 조건을 조율했다. 카즈 리소시스 이사회 의장인 피니 알타우스는 2026년 3월 광물 전문 매체 패스트마켓츠(Fastmarket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장관이 토카예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에 나선 프로젝트는 이것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 이례적인 계약은 미국이 텅스텐 확보를 얼마나 다급한 과제로 여기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텅스텐은 2015년 유타주의 마지막 광산이 폐광된 이후 미국 내에서는 단 한 톤도 생산되지 않고 있는 핵심 광물이다. 게다가 중국이 지난 한 해 동안 서방을 향한 공급망을 조직적으로 조여온 바로 그 자원이기도 하다.
문제가 된 땅은 70년간 소련의 공화국이었던 카자흐스탄 중심부, 카라간다주에 위치해 있다. 광활한 스텝 지대 위에 자리한 인구 407명의 작은 마을 '우네크' 외곽으로 나가면 물이 고인 거대한 구덩이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냉전 시절 옛 소련 기술자들이 텅스텐을 찾기 위해 파헤친 흔적이다. 당시 그들은 광상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내 소련이 붕괴하면서 노동자들은 떠났고 버려진 구덩이엔 빗물만 고였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방치됐던 그 구덩이들이 21세기 글로벌 공급망 전쟁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눈독을 들인 두 광산은 노던 카타파르(Northern Katpar)와 어퍼 카이락티(Upper Kairakty)다. 카라간다시에서 남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이 두 광산은 서로 32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 2023년 4월 완료된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이곳의 확인된 광물 자원량은 산화텅스텐(WO₃) 기준 140만 톤에 달한다. 개발을 주도할 합작법인의 지분은 카즈 리소시스의 운영사인 '코브 카즈 캐피털 그룹'이 70%, 카자흐스탄 국영 광산기업 '타우켄 사므룩'이 30%를 나누어 갖는다. 코브 카즈 측은 두 곳을 합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미개발 텅스텐 광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본격적인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1만 2,000톤의 생산이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15%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중국 지질조사원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전체의 텅스텐 매장량은 약 200만 톤으로 세계 2위 수준으로 추산된다.
소련 붕괴 이후 이 막대한 자원은 그저 방치돼 있었다. 잠들어 있던 자원을 깨운 변화의 방아쇠는 카자흐스탄이 아니라 '중국'이 당겼다.
2025년 2월, 중국 정부는 텅스텐 제품 전반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전격 시행했다. 텅스텐 금속과 핵심 중간재인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APT)'도 규제망에 포함됐다. 파장은 즉각적이었다. 2025년 말에 이르러 중국의 APT 수출은 사실상 멈춰 섰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APT 및 텅스텐·텅스텐카바이드 분말의 총수출량은 전년 대비 무려 41.7% 급감한 3,877톤에 그쳤고, 급기야 2026년 1~2월에는 수출이 완전히 끊겼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같은 기간 중국이 텅스텐 금속 기준 1,363톤을 오히려 순수입했다는 사실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545톤을 내다 팔던 순수출국이 하루아침에 순수입국으로 돌아선 것이다. 전 세계 텅스텐 공급의 80%를 쥐고 흔들던 나라가, 이제는 블랙홀처럼 전 세계의 텅스텐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시장은 즉각 비명을 질렀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로테르담 기준 APT 벤치마크 가격은 미터톤당 331달러에서 675달러로 치솟았다. 2026년 1월에는 패스트마켓츠 기준으로 1,090~1,150달러까지 돌파하며 불과 1년 만에 가격이 3배 넘게 뛰었다. BMO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의 애널리스트들은 2026년 2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가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텅스텐 위기 속으로 무방비하게 걸어 들어갔다"고 경고하며, 중국 광산의 품질 저하, 환경 규제 강화, 그리고 만성적인 투자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토록 패권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텅스텐이라는 금속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특성 때문이다.
텅스텐은 섭씨 3,422도라는, 지구상 어떤 원소보다 높은 녹는점을 자랑하며 밀도는 금에 맞먹는다. 이를 카바이드 형태로 가공해 만드는 절삭 공구나 드릴 비트는 사실상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국 국방부가 이를 두고 '전쟁 금속(War Metal)'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철갑탄, 미사일 탄두, 전투기 부품은 물론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인터커넥트 공정에도 필수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텅스텐을 국가 핵심 광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2025년 기준 전 세계 총생산량 8만 5,000톤 중 무려 6만 7,000톤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미국의 움직임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미국이 개발 계약을 체결하기 전, 중국은 이미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어와 있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자신 인터내셔널 리소시스 인베스트먼트(Jiaxin)'가 운영하는 알마티주의 보구티 광산은 2025년 4월 이미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이들의 2026년 생산 목표는 산화텅스텐 기준 7,085톤이다. 카자흐스탄의 남쪽에서는 중국 기업이 광물을 캐내고, 중부에서는 미국 기업이 채굴 준비에 열을 올리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카자흐스탄은 '다벡터(Multi-vector)' 외교라고 불리는 토카예프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두 편을 모두 상대하며 실리를 챙기고 있다.
러시아 주도의 군사동맹과 중국 주도의 무역 블록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11월 워싱턴 정상회의에서는 미국 기업들과 총 170억 달러 규모의 협약 29건에 당당히 서명했다.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핵심 광물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에 불과하다(중국 27%, 러시아 16%). 그러나 토카예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하늘이 보낸 사람"이라며 치켜세우는 등 각국의 이해관계를 절묘하게 줄타기하고 있다.
미국 역시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세르히오 고르 미국 남중앙아시아 특사는 2026년 6월 아스타나에서 열린 'C5+1 핵심 광물 대화'에서 "우리의 경제 안보는 핵심 광물 공급망을 얼마나 다변화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 거대한 지정학적 파도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동아시아로도 번지고 있다. 2026년 3월 16일, 대한민국 강원도에서 들려온 소식이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과거 1960년대 한국 전체 수출액의 70%를 책임졌으나 1994년 값싼 중국산의 공세에 밀려 폐광됐던 강원도 상동광산이 무려 32년 만에 생산을 재개한 것이다.
캐나다의 광산 기업 '알몬티 인더스트리스(Almonty Industries)'는 2015년 이곳을 인수한 뒤 1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첨단 지하 광산으로 부활시켰다. 알몬티 측은 2027년 2단계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상동광산 단일 사업장만으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텅스텐 수요의 40%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곳의 광석 품위(순도)는 산화텅스텐 기준 0.51%로 세계 평균의 세 배에 달하며, 광산의 수명 역시 최소 45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3월 열린 상동광산 준공식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텅스텐 공급의 88%를 장악하고 있다. 오늘 상동광산의 부활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에 있어 매우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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