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해상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는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동안 선박 131척이 이곳을 지났고, 이 가운데 23일에는 39척이 통과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쟁 이전 하루 100~130척이 오가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운항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한 것은 안전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해협 중앙 주항로가 아직 기뢰로 막혀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선박들은 이란 영해를 지나는 북쪽 항로와 오만 영해를 지나는 남쪽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일부는 위치 추적 장치를 끈 채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은 MOU에 따라 30일 안에 기뢰와 군사·기술적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60일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난 뒤다. MOU에는 이란이 향후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걷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후 요금 체계는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이란과 오만은 이날 무스카트 회담 뒤 공동 성명을 내고 해협 관리와 관련 비용을 논의할 공동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은 즉각 선을 그었다. 걸프국 순방에 나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착해 “호르무즈는 국제수로”라며 “어떤 나라도 이곳에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원칙론과 온도 차를 보였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 호르무즈 통행과 관련한 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동 국가들을 보호해온 데 따른 대가를 거론했지만, 미 정부는 구체적인 부과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해사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에 통행료를 매기는 방안이 국제해양법에 어긋날 수 있다고 본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자연 해협에서 선박이 방해받지 않고 지나갈 권리인 ‘통과 통항권’을 인정한다.
제임스 크라스카 미 해군전쟁대학 교수는 AP통신에 “항만 이용이나 별도로 요청한 항행 지원에는 요금을 받을 수 있지만, 통과 자체에 대가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해운 정상화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뢰 제거와 항로 복구, 보험료 부담이 남아 있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가 걸프 해역에 묶인 선박과 선원 1만1000명의 이동 지원에 나선 점도 해협 통항이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쟁점은 단순한 개방 여부에서 누가 관리하고, 어떤 명목으로 요금을 물릴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60일 동안은 무료 이용이 유지되지만, 이 기간 안에 최종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이란의 서비스 요금 구상과 미국의 국제수로 원칙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해운업계는 통항 조건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해협 물류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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