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몰린 중장년] '퇴직·이혼·사별' 사회적 고립 위험 증가…외로움도 사회적 비용

  • 고독사 판정 사례 62.9%가 50~60대…남성 81.7%

  • 英 '외로움 담당 장관'·日 '고독·고립 담당상' 운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직 후 일자리뿐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함께 잃는 중장년층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고립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독사 판정 사례의 62.9%가 50~60대에 집중되면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50~64세 중장년층은 1인 가구, 무소득, 비경제활동, 취약주거, 활동제약 등이 겹칠 경우 65세 이상 고령층에 버금가는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중장년 남성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고독사 판정 사례는 3924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50~60대 비중이 62.9%를 차지했다. 전체 사례 중 남성 비중은 81.7%에 달했다.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이 노동시장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결과로 해석된다. 퇴직이나 실직으로 소득 기반이 약화되는 동시에 직장 중심으로 형성됐던 인간관계도 함께 줄어들면서 고립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실제 취업자 1인 가구 가운데 50~64세 비중은 26.2%로 20·30대보다 높았다. 중장년층은 전체 연령대 가운데 고용률이 높은 편이지만 50대 후반 이후부터는 임시·일용직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불안정해질수록 사회적 관계망 역시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중장년 1인 가구는 관계망 결핍 수준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친척뿐 아니라 친구·이웃 등 비친족 관계와의 교류도 줄어들면서 사회적 고립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계망 결핍은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을 넘어 정기적으로 연락하거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중장년층이 경제활동의 핵심 연령대라는 이유로 그동안 사회보장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년 전후 노동시장 이탈이 빨라지고 고용의 질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의 사회적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사회적 고립을 공중보건과 사회정책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신설했다. 이후 의료기관이 고립 위험이 있는 주민을 지역 공동체 활동이나 상담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사회적 처방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독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부터 '고독·고립 담당상'을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고독사 예방 정책이 주로 고령층과 취약계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복지부가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회적 고립을 전담하는 조직이나 정책 체계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중장년층은 경제활동 인구라는 이유로 복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다수다. 실제로는 퇴직과 실직, 가족 해체 등이 집중되는 시기로 사회적 위험이 빠르게 확대되는 연령대라는 분석이다.

박소은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년층이 직면한 핵심 사회적 위험은 노동시장에서의 불안정성과 관계망 결핍의 고착"이라며 "고용 지원 정책도 단순히 고용률 유지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 내 이행과 전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 법정 정년인 60세 이전까지는 근로생애의 경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동시장 내 이동과 재취업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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