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사가 위기에 처했다. 공사비 상승, 자금조달 악화, 건설경기 침체 등이 맞물린 결과다. 작년에 건설공사 계약액은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실제 현장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업체 수 증가로 수주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중소건설사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공사 계약액은 약 26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10조원 정도 늘어난 규모다. 다만 완전한 회복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1분기 민간 부문에서 크게 부진했고, 이후 공공·토목 부문의 보완 효과가 일부 작용했기 때문이다.
계약액 회복이 곧바로 현장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5월 건설기성액은 9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8% 감소했다. 특히 건축 부문은 6조7000억원으로 23.3% 줄어 토목 부문보다 감소폭이 컸다. 건축공사는 공종이 다양하고 노동 투입 비중이 높아 기성 감소가 중소 전문건설업체와 건설근로자 고용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장 규모가 위축되는 가운데 업체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작년 10월 기준 등록 건설업체는 8만7897개로 집계됐고, 이 중 전문건설업체는 5만7977개로 전년대비 4673개 증가했다. 일감은 줄어드는데 참여 업체는 늘면서 저가수주와 수익성 악화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용지표도 부진하다.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해 194만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2023년 211만4000명, 2024년 206만5000명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업은 투자와 고용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이라며 “기성 감소와 수주 부진이 이어질 경우 고용 감소세도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중소건설사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자금조달이 꼽힌다. 공사비 상승으로 회계상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설업은 신용위험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돼 대출금리 부담이 크고, 담보 제공 여력이 부족한 업체는 정책자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도 실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중소건설기업에 대한 이차보전 확대가 우선 과제로 제시된다. 건설업 특성상 신용위험이 높아 금융비용이 커지는 구조인 만큼, 정책적으로 금리 차이를 보전해 자금조달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신용보증 확대도 필요하다. 현재 보증 심사는 재무건전성과 매출성장성을 중시하지만, 최근 건설업은 공사비 상승과 경기침체로 관련 지표가 악화될 수밖에 없어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심사기준 완화가 요구된다.
하도급대금 지급 안정화도 핵심 대책으로 꼽힌다. 중소 전문건설업체는 하도급 비중이 높아 원도급자의 대금 지급 지연에 취약하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강화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 활용을 확대하고, 민간공사에도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넓혀 어음 지급이나 대금 지연에 따른 자금경색을 줄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건설업체는 공사비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금융비용과 인건비 부담을 동시에 떠안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한 유동성 지원을 넘어 이차보전, 신용보증, 하도급대금 지급 안정화, 인력 확보 지원을 묶은 패키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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