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했지만 점도표는 인상 쪽
연준은 17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현행 연 3.50~3.7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성명은 “경제활동이 견조한 확장세를 이어가고 고용 증가도 계속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동결 결정 자체보다 위원들의 금리 판단을 나타내는 점도표 변화였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3.8%로, 지난 3월 제시된 3.4%보다 높아졌다. 현재 기준금리 범위의 중간값인 3.625%도 웃도는 수준이다.
위원별 판단도 긴축 쪽으로 이동했다. 워시 의장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 전망을 내지 않아 공개된 집계는 18명 기준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9명은 올해 안에 금리가 한 차례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고, 이 중 6명은 두 차례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1명에 그쳤다. 지난 3월에는 연내 인상을 점친 위원이 없었고 12명이 인하를 내다봤다.
물가 전망 대폭 상향…전문가도 인상 경고
연준이 물가 전망을 높인 데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동 분쟁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설비 투자가 늘면서 관련 수요도 확대됐다. 고용시장 역시 예상보다 견조해 연준이 서둘러 금리를 낮출 명분은 약해졌다.
전문가들도 이번 회의를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신호로 해석했다. 로버트 캐플런 골드만삭스 부회장 겸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물가 지표가 9월까지 둔화하지 않으면 9월 또는 가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조정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9월 인상이 이뤄질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밥 미셸 JP모건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연준의 점도표를 강한 경고로 해석했다. 그는 “위원회 절반이 올해 인상을 예상한 것은 ‘시장에 대한 경고’”라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 역시 “이번 회의에서 완화적 신호는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워시, 소통 개편 예고…시장도 긴축 반영
워시 의장은 첫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높은 물가가 미국 국민에게 부담”이라며 “위원회가 목표 달성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점도표에 대해서는 “강한 확신을 담은 예측이라기보다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큰 경로를 표시한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정책 운영 방식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통 방식과 경제 지표 활용, 보유 자산 운용, 생산성·고용시장, 인플레이션 체계 등을 점검할 전담조직을 꾸리겠다”고 했다. 이번 성명도 기존보다 짧아졌고, 앞으로의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선제 안내는 빠졌다. 다만 2% 물가 목표를 바꾸는 문제에는 선을 그었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반응했다. 발표 이후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으며 주요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칼리 콕스 리톨츠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전략가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무시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며 “시장이 더 높은 금리 환경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FOMC는 기준금리를 그대로 둔 회의였지만, 메시지는 동결에 머물지 않았다. 연준은 경기와 고용이 아직 견조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물가 전망을 크게 높였고, 전망을 제출한 위원 절반은 연내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워시 체제 첫 회의는 인하 기대를 후퇴시키고 향후 통화정책이 다시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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