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시·도 교육감 선거, 더 이상 이 제도로는 안된다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6·3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직선제 선거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과 기호도 없이 좌우로 이름만 나열된 투표용지를 사용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58명이며, 그들의 직업, 전력과 공약 등은 다양하다. 某 신문 연구팀이 후보들의 프로필을 분석해보니 후보자 58명 중 대학교수가 16명으로 가장 많고, 현직 교육감 11명, 초중등 교원 11명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약 2069개를 전수 분석한 바에 따르면, 40명이 ‘현금 살포 공약’을 제시했고, 교육감 권한을 넘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空約)도 많았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교육감은 광주·전남 행정 통합으로 종전의 17명에서 16명으로 축소되었다. 당선자 현황을 보면, 진보 진영 출신이 11명, 보수·중도 진영 출신이 5명으로서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가 되었다.

교육감의 지위는「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자치법) 제18조에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으로 규정되어 있다. 교육감의 관장 사무는 시·도의 교육·학예와 관한 조례안 작성, 예산안 편성, 결산서 작성, 교육규칙 제정, 학교와 그 밖의 교육기관의 설치·이전 및 폐지, 교육과정의 운영, 과학·기술 교육의 진흥, 평생교육과 기타 교육·학예 진흥, 학교체육·보건 및 학교 환경정화, 학생 통학구역, 시설·설비 및 교구, 재산의 취득· 처분, 기금의 설치·운용, 소속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인사관리 등으로 많다. 이처럼 다양한 사무를 관장하는 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 권력의 핵심적 원천은 예산 편성과 집행, 인사관리라고 할 수 있다.

교육감직은 1991년까지 임명제로 실시되었으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및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교육자치법을 근거로 1994년부터 선출제로 변경되어 올해 9회째 선거를 치렀다. 교육감 선출제 초기에는 교육위원, 학교 운영위원, 교원단체 등의 선거인단이 간선제로 선출했는데, 2006년 12월 국회에서 주민직선제 교육감 선출을 규정한 교육자치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2007년 부산에서 최초로 주민직선제 선거를 실시했고, 2010년 지방선거부터 주민직선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번호를 추첨하여 1번을 받은 후보가 당선되는 경향이 있어서 ‘로또 선거’라는 비판을 받자, 현재는 기초 자치구마다 윤번으로 번호를 배정하는 교호(交互)순번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직선제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5회째 실시되면서 동일한 문제점들이 지적되어왔다. 첫째, 교육에 대하여 무관심한 유권자들이 많아서 후보와 공약도 제대로 모르고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가 된다. 6·3지방선거에서 교육감선거는 다른 투표와 달리 당선인의 평균 득표율은 25%로 낮은 반면 무효표와 기권표는 전체 선거인 수의 41%를 넘을 만큼 높다. 따라서 지명도가 높아진 현직 교육감이 이번에도 11명 출마하여 7명이 당선될 만큼 현직 프리미엄을 누린다. 또한 유권자들이 공약에 큰 관심이 없는 점을 이용하여 일부 후보들은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업무인 특목고 폐지나 수능 절대평가 실시처럼 교육감 권한 밖 공약을 남발하기도 한다. 둘째, 과도한 선거 비용과 인지도의 불리함 때문에 유·초·중등교육 현안과 현장을 체험한 전문가보다 이론 전문가인 교수나 정치인 등이 많이 나선다. 교육감 선거 입후보자는 정당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홍보와 조직 등에 필요한 막대한 선거 비용을 홀로 감당하면서 뇌물, 횡령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교육감도 여러 명 있었다. 셋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정치성 짙은 진보나 보수 단체들로부터 후보단일화 압박이나 지원을 받거나 암암리에 정당과 연계하여 정치적 선거로 운영되어왔다. 따라서 직선제 이후 교육감들이 정치인화하면서 국정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에 앞장서거나 지지층 인사 챙기기 등과 같은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동안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은 학생 인권과 무상 급식과 교복 등 복지를 중요시했고, 보수 진영은 상대적으로 기초학력과 교권을 강조해 왔다. 이 네 가지 사항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진보 진영이 주장한 가치는 거의 실현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제는 미래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고 시도 교육감이 집행하는 유·초·중·고 교육에 집중할 때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 시대와 AI시대에 적합한 미래인재 양성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육감의 권한 내에서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과 원활하게 업무 협의를 하고, 교육 3주체 즉 학생, 교사, 학부모가 역할과 의무를 다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된 지난 20여 년간 동일한 문제점들이 계속 지적되어 왔기 때문에 교육자치법 개정을 통해 교육감 선거 제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첫째, 현재의 주민직선제 교육감 선거에서 변화해야 한다. 직선제를 유지하더라도 광역 단체장 후보와 러닝메이트(동반 선거) 제도를 도입하거나 정당 공천을 허용하여 시도지사 후보팀이 교육전문가 팀과 함께 논의하여 후보를 선정하고 공약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영국, 독일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시도지사 등 지자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고, 미국은 직선제와 주지사 임명제를 병행하며, 우리나라처럼 전면 직선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드물다. 현재의 깜깜이 직선제를 개선하려면 시·도의회 교육위원, 학교 운영위원, 교원단체 등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돌아가거나, 최소한 교육부장관이나 시도 광역단체장이 교육 전문가를 발탁하여 임명제로 회귀하는 것이다. 둘째, 교육감은 유·초·중등교육 경험을 통해 체득된 교육관을 갖춘 교육자가 맡아야 한다. 따라서 입후보 자격을 현재의 ‘교육 경력, 교육행정 경력, 혹은 둘을 합쳐 3년 이상’을 ‘유·초·중등교육 경력, 교육행정 경력, 혹은 둘을 합쳐 10년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면 현장 전문성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 개혁은 교육개혁의 필수 과제가 되었다. 대다수 유권자가 외면하면서 ‘그들만의 리그/잔치’가 된 현행 교육감 선거는 이번이 마지막으로 사라져야 한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