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글로벌 증시를 달궜다. 중동발 전쟁 공포도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시장을 흔들던 굵직한 재료들이 하나둘 소진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 한곳으로 향하고 있다. 금리다. 결국 주식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화려한 테마도, 일시적 지정학 리스크도 아니라 돈의 가격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스페이스X 상장은 혁신 기업에 대한 시장의 갈증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인공지능, 우주산업, 방위산업이 결합된 거대 성장 서사는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초대형 공모주 흥행이 언제나 증시 전체의 상승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규모 자금을 빨아들이는 상장은 기존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압박할 수 있다. 성장주가 다시 각광받는 듯 보이지만 그 성장주의 가치를 할인하는 기준 역시 금리다.
전쟁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중동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유가와 환율은 출렁이고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다. 하지만 전쟁 공포가 완화됐다고 해서 시장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정학 리스크가 걷힌 자리에 남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유가가 한 차례 뛰고 공급망 불안이 되살아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전쟁이 끝나도 금리의 그림자는 남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고용이 급격히 무너지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가 끈질기게 버티면 금리를 쉽게 내릴 명분이 약해진다. 시장은 늘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경계한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바라는 것은 유동성의 귀환이지만 중앙은행이 보는 것은 물가와 임금, 유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다.
지금 투자자들이 봐야 할 것은 다음 테마가 아니다. 스페이스X 다음에 어떤 종목이 뜰지, 전쟁 이후 어떤 업종이 수혜를 볼지만 따지는 투자는 오래가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금리가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 것인가다. 고금리가 길어지면 성장주의 미래 이익은 깎이고 부채가 많은 기업의 비용은 늘어난다. 반대로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위험자산 전반에 다시 유동성이 붙을 수 있다.
시장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 우주로 가는 기업, 전쟁의 종식, 인공지능 혁명은 모두 매력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가장 오래된 문법은 변하지 않는다. 돈이 싸면 위험을 사고, 돈이 비싸면 위험을 줄인다. 스페이스X 상장도, 전쟁 리스크도 결국 금리라는 거대한 변수 앞에서는 하나의 장면일 뿐이다.
투자자들은 이벤트가 끝난 뒤의 시장을 봐야 한다. 지금은 환호보다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한지,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살아나는지, 고금리 장기화에 취약한 자산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증시의 다음 방향은 우주가 아니라 연준 회의실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화려한 테마가 지나간 자리에서 시장은 다시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왔다. 금리는 어디로 가는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