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 원칙 상식] 미·이란 MOU, '협상의 서막'을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로 가야 한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합의가 이토록 가까웠던 적이 없었다"고 밝혔고, 중재국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최종 합의문 초안이 완성됐다"고 확인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번 MOU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국가안보회의의 승인을 받았다고도 공표했다.

47년간 적대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과 이란이 서면으로 상호 주권을 인정하고 총성을 멈추기로 하는 것이다. 그 상징적 무게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지금 이 합의가 '종전'이 아니라 '협상의 출발선'이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MOU는 60일간의 핵 협상 기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를 묶어 놓은 잠정 틀에 불과하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 문제, 핵시설 해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헤즈볼라 등 역내 대리 세력 지원 문제는 모두 다음 단계로 미뤄졌다. 가장 어려운 문제들이 '이후'를 기약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 구도도 여전히 불안하다. 이란 내부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 안보 세력이 아직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승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논리로 협상 진전을 거듭 지연시켜 왔다. 외교 채널과 혁명수비대 채널이 사실상 별도로 작동하는 이란의 이중 구조는, 합의문에 서명이 이뤄진 뒤에도 이행 과정에서 심각한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측도 단단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시간 새 이란을 향해 군사 공격을 위협했다가 갑작스럽게 합의 타결을 선언했고, 다시 이란의 '불성실'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중동 각국 지도자들이 전화를 걸어 공격 중단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협상 테이블 자체가 뒤집혔을 수도 있다. 이처럼 개인적 충동과 선언이 외교 협상을 흔드는 불안정성은 60일 협상 기간 내내 지속될 위험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특히 엄중하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이 해협의 봉쇄는 지난 넉 달간 국제 에너지 시장과 물류망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번 MOU 초안은 해협의 30일 내 재개방을 명시하고 있으나, 아라그치 장관은 "해협 관리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란과 오만이 공동 성명을 예고한 '서비스 수수료' 부과 방침은, 미국이 강력히 반대해 온 사안이다. 해협의 자유 항행 원칙이 훼손된다면 글로벌 에너지 안보는 협상 이후에도 만성적 불안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스라엘 변수도 복잡한 방정식을 더한다.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안이 이란의 핵 야망을 실질적으로 저지하지 못한다고 우려하며, 필요할 경우 독자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이미 시사했다. 레바논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의 철군을 요구하는 이란과 "어떤 공격에도 대응권을 유보한다"는 미국 간 입장이 충돌한다. MOU가 레바논을 포함한 전 전선의 분쟁을 종식한다는 문안을 담더라도,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한 종이 위의 평화에 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OU 체결 자체는 지지해야 한다. 전쟁은 이미 민간인과 경제, 지역 안보 모두에 감내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게 했다. 포탄을 멈추고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더 나쁜 선택일 수는 없다. 다만 이 잠정 합의가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지려면 세 가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첫째, 이란의 핵 비확산 의무는 60일 협상의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하며 고농축 우라늄 처리에 관한 검증 가능하고 구속력 있는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에 따른 자유 항행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수수료 부과나 통항 제한은 교역 국가 전체의 이해를 침해하는 것으로, 60일 협상에서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 
 
셋째, 합의 이행을 담보할 다자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미국과 이란 양자 간 구두 약속만으로는 이행을 보장할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다자 메커니즘이 합의 이후 과정을 견인해야 한다. 
 
MOU는 시작이다. 평화는 서명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더 험난한 협상에서 만들어진다. 국제사회는 이 60일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금요예배에서 한 시민이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놓고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Reuters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금요예배에서 한 시민이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놓고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Reuter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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