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결선투표에서 후지모리 대표가 좌파 후보 로베르토 산체스를 근소하게 앞서며 승리를 사실상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개표율 98% 이상 기준 그의 득표율은 50.002%로, 산체스 후보와의 격차는 약 2000만표 가운데 수백 표에 그쳤다.
산체스 후보는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지지자들은 근거 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산체스 후보도 “국민의 승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표차가 극히 작았던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야권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치안이었다. 최근 페루에서는 강력범죄와 갈취, 불법 금광, 코카인 밀매가 확산하며 사회 불안이 커졌다. 후지모리 대표는 최고 보안 수준의 교도소 건설, 불법 이민자 추방, 판사 신변 보호를 위한 복면 재판 허용 등을 약속했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1994년 19세 나이에 아버지에 의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으며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2006년 의회에 입성한 뒤 세 차례 대권 도전에 실패했으나, 네 번째 출마에서 대통령직에 올랐다.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은 그의 최대 자산이자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집권 여건은 쉽지 않다. 그는 최근 10년 사이 페루에서 취임하는 10번째 대통령이 된다. 현지 정치는 의회가 대통령을 신속히 탄핵할 수 있는 ‘도덕적 무능’ 조항이 반복적으로 활용되며 극심한 불안정을 겪어왔다.
권위주의 회귀 우려도 남아 있다. 비판자들은 “후지모리가 이끄는 보수 의회 연합이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약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해왔다”고 주장한다. 반면 후지모리 측은 “헌법상 단임 제한을 지킬 것”이라며 “독재적 방식으로 통치할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중남미 정치 지형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WSJ는 “현재 남미에서 중도좌파 정부가 남아 있는 국가는 우루과이, 콜롬비아, 브라질 정도”라며 “콜롬비아와 브라질도 향후 선거에서 보수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범죄 확산과 경제 침체에 지친 유권자들이 질서 회복 메시지를 택하면서 역내 정치 지형도 보수 쪽으로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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