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2030] "30대 이하 몰린 곳, 빚도 깊다"…자치구별 대출 지형도

  • 매입 비중 높은 곳, 대출지수도 상단…싼 집 살수록 더 빌리는 역설도 심화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202410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2024.10.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에서 30대 이하 아파트 매입 비중이 높은 자치구와 집합건물 거래의 대출지수 상위 지역이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가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정책금융과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실거주 목적의 차입 매입이 집중되면서 젊은 세대의 빚 부담도 지역별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1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집합건물 대출지수를 보면 5월 기준 서울 평균은 49.01이다. 대출지수는 집합건물 거래 때 설정된 근저당액을 매매금액으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집값 대비 차입 의존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대출지수 상위권은 금천구 63.02, 노원구 56.57, 도봉구 55.57 순이었다. 반면 강남구 등은 30대로 서울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권은 대출 의존도가 낮고, 중저가 외곽은 집값 대비 차입 비중이 높은 구조다. 비싼 집을 사는 쪽은 덜 빌리고, 상대적으로 싼 집을 사는 쪽은 더 많이 빌리는 역설적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대출지수만 놓고 보면 금천구가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금천구는 서울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부동산 정보 앱 집품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금천구 아파트 3.3㎡당 가격은 3144만원으로 서울 평균 5400만원 대비 60%를 밑돌았다. 집값 자체가 낮다 보니 같은 대출 한도라도 매매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정책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수요자의 차입 의존도도 높게 나타나는 구조다.

반면 30대 이하 매입 비중과 거래량까지 함께 보면 노원구 흐름이 가장 두드러졌다. 노원구의 4월 30대 이하 아파트 매입 비중은 56.4%로 서울 최상단권이었고, 대출지수도 56.57로 서울 평균을 7.5포인트 웃돌았다. 4월 거래량은 920건으로 서울 25개 구 평균 290건 대비 3배를 넘었다. 중저가 외곽에서 30대 이하가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흐름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곳으로 볼 수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가격대별로 진입 가능성이 갈렸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이 유지되지만 15억원 초과 주택부터는 한도가 줄어든다. 여기에 생애최초·신혼부부 등 정책대출 조건까지 맞으면 일반 주담대보다 유리한 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대출을 활용해야 하는 30대 이하 실수요자로서는 15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이 많은 외곽 지역이 주요 진입 구간이 된 셈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리서치랩 책임연구원은 “15억원 이하 구간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만큼 2030세대의 주요 진입 통로가 됐다”며 “전월세 상승이 누적되면서 임대에 거주하던 수요자들이 15억원 이하 매매로 전환하는 경향이 짙어졌고, 실거래가로 봐도 강서·중랑 등 중저가 지역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대출을 통한 공격적인 매입 배경에는 서울 전반에 걸친 전세난과 외곽 중저가 지역의 집값 상승이 맞물린 포모(FOMO·상승장 소외 공포) 심리도 자리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월 첫째 주 기준 주간 0.29% 올라 2015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누적 상승률은 3.77%로 지난해 같은 기간 0.65% 대비 약 6배에 달한다.

전셋값이 치솟고 매물마저 줄자 “차라리 사는 게 낫다”는 심리가 30대 이하의 매입세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값도 지난해 연간 8.98% 올라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가 작동하는 가격대의 주택으로 실수요가 몰린 것이다.

양지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전셋집 찾기도 어렵고 공급도 없다 보니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한 수요가 상당히 많았다”며 “중저가 아파트는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반도체 업종 등 고소득 2030세대와 주식 수익을 본 수요가 대출과 결합해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나 금융 정책에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전세 물량 부족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가 꾸준히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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