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 번 묻는다.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유지되고 있는가. 경제 성장인가, 첨단 기술인가, 아니면 세계를 놀라게 하는 K-콘텐츠의 힘인가.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성취의 바탕에는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놓았던 애국자들의 희생이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전장을 누볐던 참전용사들,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장병들, 그리고 그들을 묵묵히 뒷받침했던 가족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존재할 수 없었다.
국가는 기억 위에 선다. 기억을 잃은 공동체는 방향을 잃고, 희생을 잊은 사회는 미래를 잃는다. 그런 점에서 보훈은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아주경제가 오는 6월 30일 개최하는 '2026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청년과 대학생, 군 장병, 보훈 가족, 일반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학 공모전이 아니다. 보훈의 가치를 다음 세대와 공유하고, 국가 공동체를 지탱하는 정신적 자산을 미래로 연결하는 사회적 프로젝트다.
세월이 흐르면 전쟁은 역사책 속 사건이 된다. 참전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전쟁의 기억은 먼 과거로 밀려난다. 오늘의 청년 세대에게 6·25전쟁은 교과서 속 연도와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은 숫자로 기억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통해 기억한다.
한 병사의 편지, 한 어머니의 눈물, 전우를 잃은 참전용사의 회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평범한 시민의 삶은 통계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과 교훈을 남긴다.
그래서 문학은 중요하다. 문학은 기억을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이다. 총성과 포연은 사라지지만 시와 수필, 소설과 체험수기는 세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번 보훈신춘문예가 시·수필·단편소설뿐 아니라 보훈 체험수기와 청년 특별부문까지 확대해 운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훈은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들이 직접 보훈의 의미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은 국가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기억은 계승될 때 가치가 있다.
보훈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보훈을 과거의 문제로 생각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보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참전용사를 국가적 영웅으로 예우한다.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와 공동체 정신을 교육의 핵심 가치로 삼는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존중을 사회문화 전반에 녹여내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보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훈이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AI와 반도체, 방산과 원전, 바이오와 우주산업을 놓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이 큰 관심을 받는 것도 AI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확보해도 공동체를 지키려는 정신이 없다면 국가는 지속될 수 없다.
기술은 발전할 수 있지만 애국심은 자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제는 성장할 수 있지만 공동체 의식은 교육과 문화, 기억을 통해서만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훈은 미래 산업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강한 경제와 강한 안보, 건강한 공동체는 결국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
이번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작품을 공모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수상작 연재, 콘텐츠화, 방송과 유튜브 특집 제작, 보훈 특별포럼 개최까지 연결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다.
오늘날 청년들은 종이책보다 영상에 익숙하다. 짧은 콘텐츠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보훈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기념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보훈의 가치를 젊은 세대의 언어로 번역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확산해야 한다.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이야기는 더욱 중요해진다. 기술이 정보를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감동과 가치, 희생과 헌신의 서사는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보훈 콘텐츠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어떤 가치 위에 서 있는지를 설명하는 미래형 교육 콘텐츠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저출생과 지방소멸, 안보 위협과 기술 패권 경쟁이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은 기억이다.
원칙은 감사다.
상식은 희생을 잊지 않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사실이다.
보훈신춘문예는 단순한 문학 행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가치와 정신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경제는 성장과 침체를 반복할 수 있다. 기술은 끊임없이 바뀐다. 그러나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기억하는 공동체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2026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기록을 콘텐츠로 확장하며, 콘텐츠를 통해 다음 세대와 연결하는 일. 그것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현충일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도 결국 하나다.
우리는 과연 선열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을 다음 세대에게 어떤 모습으로 물려줄 것인가. 그 답은 기억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보훈신춘문예는 그 기억을 이어가는 소중한 다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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