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NMC 2026] "뉴스를 '경험'으로"…AI가 다시 쓰는 뉴스 소비의 문법

2026년 6월 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행사장 외부 전경 이번 총회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다 AJP 서혜승
6월 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행사장 외부 전경. 이번 총회는 1일부터 3일까지 이어졌다. AJP 서혜승
 
2026년 6월 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행사장 내부 전경 이번 총회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다 AJP 서혜승
6월 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행사장 내부 전경. 이번 총회는 1일부터 3일까지 이어졌다. AJP 서혜승
 
AI가 뉴스를 만드는 방식뿐 아니라 독자가 뉴스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링크를 클릭하던 시대는 저물고, 독자가 묻기도 전에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예측해 콘텐츠를 건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 팔레 뒤 파로(Palais du Pharo)에서 열린 제77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How AI Is Transforming the News Experience(AI가 바꾸는 뉴스 경험)' 세션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대한 논의가 펼쵸졌다. 올해 총회는 6월 1일부터 3일까지 팔레 뒤 파로에서 열렸으며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450개 넘는 언론사를 대표하는 약 1000명의 참가자가 마르세유를 찾았다.

이 세션은 전 BBC 월드서비스 디지털개발에디터이자 현재 독립 미디어 자문역인 드미트리 시시킨(Dmitry Shishkin)이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는 독일 이펜 디지털(Ippen Digital)의 마르쿠스 크날(Markus Knall) 콘텐츠총괄 겸 편집장, 독일 dpa의 아스트리드 마이어(Astrid Maier) 편집부국장 겸 전략총괄, 인도 스크롤(Scroll.in)의 산누타 라구(Sannuta Raghu) 총괄프로듀서, 그리고 한국 아주미디어그룹의 AJP 서혜승 편집국장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세션의 핵심 화두는 '유동적 콘텐츠(liquid content)'였다. 하나의 취재 결과물이 독자가 처한 맥락에 따라 형태를 바꾸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포맷으로 독자를 찾아간다는 개념이다. 이는 독자가 매체를 방문하기를 기다리는 전통적 모델과 정면으로 대비된다.

좌장 시시킨이 제시해온 '유저 니즈(user needs)' 모델은 이 논의의 이론적 토대를 이룬다. 독자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만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 모델은 '알고 싶다(know)' '이해하고 싶다(understand)' '느끼고 싶다(feel)' '행동하고 싶다(do)'라는 독자의 서로 다른 의도를 분류한다.

시시킨은 그동안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되 독자가 가치를 두는 각도에서 풀어내라"고 강조해왔다. AI는 이 모델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어떤 독자가 지금 '이해'를 원하는지, '감정적 공감'을 원하는지를 데이터로 읽어내고 그에 맞는 형태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빚어내는 것이다.

세션은 또한 'AI 시대에 뉴스통신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통신사는 전통적으로 기사를 생산해 다른 매체에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AI가 번역·큐레이션·배포를 자동화하면서 통신사가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가'의 경계 자체가 확장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서혜승 국장이 이끄는 AJP 사례가 주목된다.

아주미디어그룹은 한국어 아주경제, 영어 통신사 AJP, AI비즈니스채널(ABC)을 축으로 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국제판까지 5개 언어로 콘텐츠를 발행하는 다국어·AI 네이티브 미디어 조직이다.
 

서 국장은 AJP의 정체성을 검색이 아닌 AI 시대에서 찾는다.

그는 "검색의 시대에 언어는 지역에 묶여 있었지만, AI 시대에는 그 공식이 뒤집힌다. 모든 거대 언어모델은 본질적으로 영어를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아시아는 점점 서구 자료로 학습된 AI에 의해 서술되고 있다"며 "우리는 아시아 내부에서, AI가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는 언어로 쓰는 아시아 영어 통신사의 역할을 발견했다. 이것이 '영어로 쓴 아시아의 본질(Asian substance in English)'"이라고 말했다.
 

서 국장이 설명하는 핵심은 'AI 네이티브로 설계된 후발주자의 역설'이다.

영어 통신사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첫 코드부터 AI를 전제로 구축한 덕분에 오히려 출발의 불리함을 상쇄했다는 것이다.

그는 72세 아주미디어 그룹 창업주 곽영길 회장이 팬데믹 기간 카이스트(KAIST)에서 AI 강의를 듣고 돌아와 'AI 아니면 죽음(AI or Die)', '일단 시작하고 완성은 나중에'라는 두 구호를 회사의 운영 원칙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서 국장은 AI를 보조 도구로 두되 기자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좌우명은 분명하다. AI가 배우고 따라올 수 있는 기자가 되자는 것"이라며 "지금 AJP에서는 입사 2년이 채 안 된 기자들이 5000단어 분량의 심층 기획과 인터뷰, 분석 기사를 써낸다"고 말했다.

실제로 AJP는 하루 약 300건이 생산되는 아주경제 기사 가운데 일부를 'AI 픽(AI Pick)'이라는 시스템으로 선별해 4개 추가 언어로 자동 배포한다. 이 자동화로 해당 4개 언어권 발행량은 10배 늘었고, 영어 트래픽은 30%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세션은 전날 같은 총회에서 다룬 'Discovery: How to Rethink Search in the AI Era(AI 시대의 검색 재정의)' 세션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2일 세션이 SEO에서 AEO(답변엔진최적화)·GEO(생성형엔진최적화)로 이어지는 검색 전략의 진화를 다뤘다면 이날 세션은 그 한발 앞을 내다본다.

검색을 최적화하는 것을 넘어 독자가 검색조차 하기 전에 뉴스를 경험하게 만드는 단계다.

이는 미디어 산업의 오래된 질문이 교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발행인의 질문이 "최고의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였다면 새로운 질문은 "최고의 경험이란 무엇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두 세션 모두 공통적으로 강조한 메시지는 기술보다 근본적인 곳에 있다. 알고리즘과 플랫폼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독자와의 직접적 관계는 남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 화두는 AI가 지역 매체(local publisher)의 취재 범위를 어떻게 급격히 넓히는가였다.

인도 스크롤의 산누타 라구는 AI를 활용해 적은 자원으로 더 넓은 지역사회를 취재하는 실험을 이끌어온 인물로, 자원 제약이 큰 지역 매체일수록 AI 자동화의 효용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AJP 역시 비슷한 발견을 공유한다. 지난해 주한 인도대사관과 함께 진행한 소규모 AI 영상·에세이 공모전은 단돈 220달러의 마케팅 예산으로 시작됐으나 약 100만 회의 노출을 기록했고, 이는 인도 특화 콘텐츠 구축의 단초가 됐다.

서 국장은 BTS 사례를 들며 AI가 만든 시간적 여유가 어떻게 독자 경험으로 환원되는지를 설명했다. 올해 초 광화문에서 열린 BTS 공연을 두 달간 24시간 생중계하며 5개 언어로 글로벌 팬덤 '아미(ARMY)'를 위한 플랫폼으로 변신한 사례다.

그는 "우리는 독자가 우리에게 오기를 기다릴 수 없다. 그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이 무엇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션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했다.

AI가 뉴스의 생산·유통·소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변함없이 독자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며 콘텐츠가 스스로 독자를 찾아가게 만드는 '예측 가능한 저널리즘'의 목적지는 결국 독자의 경험이다. 서 국장 등 패널들은 "독자가 어디에 있든, 어떤 포맷을 원하든 필요한 순간에 이야기를 건넨다"는 비전을 공유하며 AI 시대 미디어의 경쟁력이 여전히 "독자가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데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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