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어부바] 선거 없는 2년…정부의 부동산 실력이 드러난다

  • 세게 누르는 것보다 막힌 시장을 채우는 게 실력이다

사진ChatGPT
[사진=ChatGPT]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와 별개로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앞으로 2년 가까이 전국 단위 선거는 없다. 다음 총선은 2028년 4월이다. 적어도 부동산 정책을 선거 일정 뒤에 숨길 시간은 지나갔다.

조건은 갖춰져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166석, 단독 과반이다. 일반 법안 처리의 수적 조건은 여당에 불리하지 않다. 대통령 지지율도 취임 1년이 되도록 60% 안팎을 지킨다. 그래서 이제 문제는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다. 가릴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드러나는 것, 그게 정부의 진짜 부동산 실력이다.
 
취임 첫해는 방향 전환의 시간이었다

이재명 정부의 첫해를 한마디로 줄이면 ‘방향 전환’이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구조를 끝내겠다는 선언이 먼저였고, 정책이 뒤따랐다.

첫 카드는 세금이 아니라 대출이었다.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고 다주택자 주담대를 전면 금지했다. 9·7 공급 확대 방안이 나왔고,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조치도 이어졌다. 다주택자의 수도권 규제지역 대출 만기연장을 막았고, 5월 9일을 기점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도 끝났다. 대통령은 그사이 본인 자택을 팔았고, 정책 결재 라인에서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를 배제하라고 지시했으며, 지난달 국무회의에선 집값이 다시 오르는데 대책을 세우고 있느냐고 직접 물었다. 방향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정작 가장 센 무기는 끝까지 아꼈다. 종합부동산세도,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그대로 뒀다. 이유는 4월에 드러났다. 장특공제 손질론이 번지자 여당이 서둘러 선을 그었다. 그 말이 지방선거에 부담이 된다는 것. 보유세와 양도세는 시장에는 강한 신호지만, 선거에는 짐이다. 시장을 누르는 카드는 썼지만, 표심을 건드리는 카드는 미뤘다. 선거가 보유세 강화의 브레이크였던 셈이다.
 
선거가 끝나면 보유세가 가장 가까운 카드다

브레이크가 풀렸다. 대통령이 1년 내내 그어온 선은 ‘실거주는 살리고 비거주는 누른다’였고, 그 선은 이제 세율과 과표로 내려올 수 있다.

레버는 손 닿는 곳에 있다. 종부세 과세의 핵심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인데, 이를 80%로 올리는 데 국회는 필요 없다. 대통령령만 고치면 된다. 종부세율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단독 과반 앞에서 수적 장애는 크지 않다. 시장도 명분을 만들어준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 5월 9일 이후에도 서울 집값은 오름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는 수요가 새로 폭발했다기보다 매물이 마르고 호가가 버틴 영향이 크다. 매물은 줄고 호가만 오르는 ‘물량 마른’ 구도 그대로다. 누르는 손이 시장을 못 잡았다는 신호이자, 더 센 손이 나올 명분이다.

다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방향을 바꾸는 데는 의지가 필요하지만, 시장을 견디게 만드는 데는 실력이 필요하다. 세금을 올리면 매물이 나오는지, 비거주 보유자를 조이면 그 비용이 전월세로 어떻게 전가되는지까지 계산해야 한다. 보유세를 세게 올리는 게 실력이 아니라, 실거주 1주택자와 비거주 다주택자를 정교하게 가르고 부작용을 막는 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게 실력이다. 누르는 솜씨는 첫해에 충분히 봤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자료국토교통부 Claude
[자료=국토교통부, Claude]
 
보유세는 누르는 정책이지, 채우는 정책이 아니다

보유세가 닿지 않는 곳에 진짜 시험이 있다. 세금은 수요를 억누를 수는 있어도, 멈춰 선 공급까지 되살리지는 못한다.

특히 시장 불안의 진앙인 서울에서 공급의 선행지표부터 꺾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로 올해 1~4월 서울 주택 인허가는 1만2760호로 1년 전보다 24.0% 줄었고, 착공도 7023호로 16.0%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만 떼어 보면 인허가가 32.6%, 착공이 33.4% 급감했다. 집값을 누르는 동안 새로 지을 집까지 줄면, 문제를 푼 게 아니라 2~3년 뒤로 미뤄둔 셈이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줄어든 착공이 다시 늘지는 않는다.

지방은 정반대의 병을 앓는다. 비수도권은 착공이 늘어나는 흐름인데도, 4월 미분양은 4만7881가구로 전달보다 2.6% 늘었다. 부산, 대전, 울산 모두 증가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2만9504가구다. 서울은 공급 선행지표가 꺾이는데도 달아오르고, 지방은 지어도 팔리지 않는다. 한쪽은 눌러야 하고 다른 한쪽은 살려야 한다. 강남을 누르는 세금이 부산·울산의 빈집을 사주지는 않는다.

임대차는 월세로 갈아탄다. 1~4월 누적 월세 거래 비중은 68.5%로 1년 전보다 8.1%포인트 올랐다. 비거주 보유자를 압박하면 전세 매물이 줄고, 그 부담이 월세와 보증금으로 옮겨갈 수 있다. 다주택자를 잡겠다는 정책이 세입자의 월세 고지서로 돌아오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실패다.
 
이재명 정부의 실력이 보유세에만 달린 건 아니다

사실 채우는 손의 사정은 더 답답하다. 이재명 정부 공공주택 구상은 아직 구상과 제도 설계 사이에 놓여 있다. 기본주택부터 시작된 많은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재원을 어떻게 대고 어떤 법과 사업 구조로 뒷받침할지는 아직 선명하지 않다. 집행 주체도 비어 있다. 대통령은 ‘LH 직접 공급’을 거듭 강조했지만, 정작 그 일을 맡을 LH는 선거 직전까지도 사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동안 LH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기존 주택과 지방 미분양을 사들이는 매입임대 정도다. 그러나 매입임대는 있는 집을 옮기는 방식이지, 없는 집을 새로 짓는 방식은 아니다. 청사진은 아직 그리는 중이고, 그 청사진을 현실로 옮길 손도 비어 있다. 뒤늦게 채워져도, 비워둔 시간을 곧장 만회하기는 어렵다. 방향은 외쳤지만, 정작 채울 준비는 아직 덜 됐다.

보유세를 올릴지 말지는 첫 번째 시험일 뿐이다. 정작 어려운 건 그다음이다. 끊긴 착공을 잇고, 지방의 빈집을 줄이고, 월세로 밀려나는 세입자를 붙드는 일. 선거 없는 2년, 정부의 부동산 실력은 세게 누르는 손이 아니라 채우는 손에서 판가름 난다. 그리고 그 채우는 손의 엔진은, 아직 온전히 예열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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