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만의 프리즘] 인재 쏠림에 위기 커진 중소기업... 우수인재 확보 환경 만들어야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

"사람이 없다."

요즘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인력난이다. 기술도 있고 일감도 있는데 함께 일할 사람이 없다고 토로한다. 특히 연구개발(R&D) 인력 부족은 중소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8일 정부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대기업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중소기업이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긴 발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 우수 인재가 더 좋은 보상과 근무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업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 역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성과에 대한 보상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문제는 그 격차가 산업 생태계의 균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서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결국 우수 인재는 대기업으로 향하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어렵게 채용한 연구원도 몇 년 경력을 쌓으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육성 비용과 기술 노하우를 모두 잃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국가 산업 경쟁력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경제는 대기업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부품과 소재, 장비,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분야를 떠받치며 산업 생태계를 구성한다. 특히 반도체와 바이오, 인공지능(AI), 미래 모빌리티 산업일수록 강소기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재가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역량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 투자가 줄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임금 경쟁력은 더욱 낮아진다. 이는 다시 인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청년층의 수도권 선호와 대기업 선호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은 향후 10년 동안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 현장의 인력난은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조사 결과는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 중소기업의 78.4%가 외국인 유학생과 구직자를 채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63.7%는 외국인 인력이 구인난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외국인 유학생과 구직자들의 반응이다. 응답자의 78.8%가 한국 취업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한 글로벌 인재들이 상당수 존재하지만 정작 기업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적합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외국인 구직자들은 채용 정보 부족과 언어·문화 장벽, 비자 절차의 복잡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일할 사람은 있고 사람을 찾는 기업도 있는데 서로 만나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과 외국인 유학생·구직자를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플랫폼 구축 등 '인재 매칭'을 강화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연구인력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등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을 연계하는 산학협력 체계도 보다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경쟁력은 소수 대기업의 성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혁신을 꿈꾸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강소기업,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인재가 있는 곳에 곧 산업의 미래가 있다. 중소기업도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그것이 산업 생태계를 살리고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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