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조사, 자영업자 두 번 울리는 '중형트럭 보조금'...현장선 "제도 현실화해야"

  • [갈 길 먼 상용차 보조금]

  • 중형 전기 화물차 보조금 신설에도 체감 지원 낮아 시장 확대 난항

사진오주석 기자
경기도 군포시 번영로 대신택배 서울지점에 중·대형 화물차가 주차되어 있다.[사진=오주석 기자]

"2.5t급 중형 트럭은 새벽배송, 편의점 물류 등 도심 단거리 배송의 90% 이상을 담당하기 때문에 전기차 정책과 병행되면 시너지가 높습니다. 보조금 제도만 현실화된다면 당장 제가 1등으로 바꿀 겁니다."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군포시 번영로 대신택배 서울지점에서 만난 양태일(65·경기 안산) 씨는 "유류비 때문에 전기차로 바꾸고 싶어도 1억 원이 넘는 차 가격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현 제도가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씨는 6년째 대형 화물차를 운전하고 있다. 출발 전 14t 화물트럭 내부를 점검하던 양 씨는 "예전에는 월 유류비가 450만 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700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며 "유지비를 생각하면 전기차로 바꾸는 게 맞지만 정부 지원금을 보태도 1억 원 이상을 더 지출해야 하니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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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일씨가 자신의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오주석 기자]
이날 물류센터 앞 주차장에는 중대형 화물차 수십 대가 길게 줄지어 섰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에어컨과 실외기를 차량에 싣기 위함이다. 이곳에서 출발한 화물은 전국 830개 대신택배 영업소로 운송된다.

중대형 트럭은 1t 트럭과 달리 부피가 큰 가전제품과 산업용 화물을 주로 취급한다. 편의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차량으로도 활용된다. 기업 간 거래에 맞춰 일정하게 운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선 신설된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반기면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정부는 기존 생활형 화물 1t 트럭에 제공되던 보조금을 중·대형 화물로 확대해 2.5t 전기트럭에는 최대 4000만원, 5t 이상 대형 전기트럭에는 최대 6000만원 수준의 국비 보조금을 준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30%)까지 더하면 중형 기준 최대 52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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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택배 사업장.[사진=오주석 기자]

화물업계는 해당 정책이 승용 전기차나 전기 버스, 수소 화물차 대비 체감 지원 규모가 낮아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보조금은 차 값의 약 40% 선으로 비슷하지만, 중대형 전기트럭의 가격이 1억 원 이상인데다 구매자가 1인 자영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박병권 대신택배 사장은 "중형급 이상 화물은 장거리보다 하루 100~200㎞ 내외 단거리 운행이 많아 전기차와 궁합이 좋다"면서 "니즈는 많지만 현 제도 하에선 중형급 전기 화물차가 내연차보다 2배 이상 비싸 자영업자들이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 의왕 내륙 컨테이너 기지(ICD)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물류 업계 간담회에서도 관련 사안이 쟁점이 됐다.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는 "향후 화물 운송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화주들이 고가의 전기 화물차를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의 보조금 지원과 충전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시장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중형 상용차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 접근성을 낮추는 게 중요한데 정부 정책이 국내 산업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수요자도, 제조사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타타대우는 중형 전기 화물차 기쎈을 출시하면서 가격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했지만,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다 받지 못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 역시 준중형 전기 화물차 '마이티 일렉트릭'을 개발했지만 국내 대신 오세아니아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제도가 중국산 전기 상용차 견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가격 접근성이 중요한 해당 시장에서는 제조사가 손해를 떠안거나 소비자가 외면해 시장 활성화가 가로막히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중형 전기 화물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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