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우리은행장의 리더십은 ‘현장’에서 출발하지만, 그 출발점은 위기다. 그는 성장의 국면이 아니라 신뢰가 무너진 조직을 맡았다. 부당대출과 횡령 사건으로 흔들린 은행의 본질을 다시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진완은 이 문제를 ‘신뢰 회복’이라는 단일한 과제로 압축했다. 그는 화려한 전략 대신 기본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내부통제, 기업문화, 고객 중심. 이는 보수적 접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공격적인 전략이다. 금융에서 신뢰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기업금융이라는 우리은행의 뿌리를 다시 꺼내 들었다. 문제는 이 두 축이다. 신뢰는 속도를 늦추고, 기업금융은 속도를 요구한다. 정진완 리더십의 본질은 이 상충되는 두 방향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내는 데 있다. 그는 지금 ‘무너진 은행’을 ‘다시 선택받는 은행’으로 바꾸려는 실험을 시작했다.
위기에서 출발한 리더십, ‘신뢰’를 경영의 중심에 놓다
정진완 리더십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성장도, 혁신도 아닌 신뢰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내부통제 혁신과 기업문화 재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우리은행은 이미 대형 금융사고를 겪으며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정진완은 이 문제를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접근했다.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시스템이 아니라 조직의 과부하와 문화에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내부통제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는 구조로 조직을 바꾸려 했다. 이는 단순한 통제 강화가 아니라 ‘통제가 작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접근이다.
이 지점에서 정진완의 리더십은 특징을 드러낸다. 그는 규정을 강화하는 대신, 규정이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이는 현장형 리더십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기업금융으로 돌아가다, ‘우리은행의 본질’을 다시 꺼내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 첫 행보를 시작한 점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전략적 메시지다. 은행의 중심을 다시 실물경제로 돌리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그의 기업금융 전략은 과거와 다르다. 그는 무리한 대출 확대를 경계한다. 대출 목표를 ‘유지’ 수준으로 설정하며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의 판단이다.
정진완은 기업금융을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로 본다. 이는 재무적 안정성과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다.
조직을 바꾸다, ‘현장 중심’으로 재배치
정진완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조직 개편 방식이다. 그는 본부 조직을 줄이고 영업 조직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단행했다. 부문장 제도를 폐지하고 각 그룹장의 권한을 확대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이는 조직을 단순화하는 차원을 넘어 ‘책임의 명확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조직이 복잡할수록 책임은 흐려지고, 책임이 흐려질수록 내부통제는 약해진다. 정진완은 이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려 했다.
또한 성과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조직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내부통제 강화와 맞물려 있는 구조적 변화다.
정진완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플랫폼 전략, ‘고객이 찾아오는 은행’으로
정진완은 전통적 영업 방식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는 고객이 은행을 방문하는 시대가 아니라 은행이 고객을 찾아가야 하는 시대라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상생형 플랫폼 ‘투더문’이다. 이는 단순한 티켓 예매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 접점을 확장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문화 콘텐츠와 금융을 결합해 고객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전략이다.
정진완은 고객 기반 확대를 ‘목표’가 아니라 ‘결과’로 본다. 숫자를 맞추기 위한 영업이 아니라 고객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다. 전통 은행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방식이었다면, 정진완은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속도’보다 ‘체질’, 장기 전략으로의 전환
정진완 리더십은 속도를 중시하지 않는다. 그는 단기 실적보다 체질 개선을 우선한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한때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하면서도 내부통제와 자산 구조 개선에 집중했다.
이는 금융기업가정신의 중요한 특징이다. 단기 성과를 포기하고 장기 경쟁력을 선택하는 결정은 쉽지 않다.
정진완은 은행을 ‘성장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려 한다. 이는 보수적 전략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공격적인 선택이다.
: SWOT 분석 :
정진완의 금융기업가정신은 ‘신뢰 기반 현장형 재건 리더십’으로 정의된다.
강점(Strength)은 기업금융 전문성과 현장 이해도다. 중소기업 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실물경제와 연결된 금융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조직을 단순화하고 책임을 명확히 하는 구조적 리더십도 강점이다.
약점(Weakness)은 성장 속도의 한계다. 내부통제와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전략은 단기 성과를 제약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 경쟁력 측면에서는 다른 금융지주 대비 출발이 늦은 점도 부담이다.
기회(Opportunity)는 금융의 구조 변화다. 기업금융 확대, 플랫폼 금융, ESG 금융 등은 우리은행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신뢰 회복은 시장에서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위협(Threat)은 경쟁과 과거 리스크다. 금융사고의 후유증, 조직 내 계파 갈등, 경쟁 은행과의 격차는 여전히 부담이다. 신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성장 전략도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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