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김용범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금융고수 에이브씨가 주고받은 '초과이윤을 초과세수로' 문답풀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페이스북 글을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상의 금융 전문가를 등장시킨 문답 형식으로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페이스 북 글은 한마디로 “코스피 7500, 나아가 1만 시대가 단순한 증시 과열인가, 아니면 AI 시대 한국 산업구조가 바뀌는 신호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핵심은 반도체와 AI 인프라 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초과이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AI 메모리, 고대역폭메모리,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를 바탕으로 과거 경기순환을 넘어서는 이익을 낼 경우, 국가는 막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무역흑자 효과를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초과세수’다.

문제는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과거처럼 일회성 경기 호황으로 보고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AI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제도화할 것인가. 김 실장의 문제의식은 단순한 낙관론도, 주가 예언도 아니다. AI 시대 한국이 기술독점적 산업국가로 진입할 가능성을 보고, 그 과실을 창업·문화·교육·복지·지역·노후 안정으로 어떻게 나눌지 미리 토론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금융고수 에이브씨와 김용범 실장의 문답풀이
금융고수 
실장님, 글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가장 쉽게 말하면 무엇을 말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김용범
간단히 말하면 이겁니다. 지금 한국 경제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과거의 경기순환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수출이 좋다, 반도체가 좋다, 코스피가 오른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AI 시대에 한국의 산업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세금, 복지, 창업, 교육, 국가전략도 모두 다시 봐야 합니다.

금융고수 
그러니까 코스피 7500이나 1만이라는 숫자가 핵심이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김용범
맞습니다. 지수는 결과입니다. 진짜 봐야 할 것은 기업 이익입니다. 주가는 결국 이익의 함수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이 과거와 전혀 다른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코스피의 눈금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도 과거 코스피 2000, 3000 시대의 감각으로 지금을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고수
그런데 시장에서는 “이번도 결국 반도체 사이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옵니다.

김용범
그 반론은 당연합니다. 한국 반도체는 늘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AI 수요는 과거 스마트폰이나 PC 사이클과 다릅니다.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데이터센터, 전력망, 냉각, 메모리, 배터리, 로봇, 산업 자동화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산업 인프라입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 같은 제품은 한 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업그레이드 수요를 만듭니다. 이 점이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 다릅니다.

금융고수 
“AI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산업 인프라”라는 표현이 중요해 보입니다.

김용범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챗봇이나 앱으로만 봅니다. 그러나 국가경제 차원에서 AI는 전기, 철도, 통신망 같은 기반시설에 가깝습니다. AI가 현실 산업으로 내려올수록 필요한 것은 모델만이 아닙니다. 메모리 반도체, 전력 장비, 배터리, 정밀기계, 센서, 로봇 제조 능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 물리적 공급망을 가진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금융고수 
그중에서 왜 한국이 특별합니까?

김용범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조선, 전력 장비, 정밀 제조, 산업 자동화 역량을 두루 가진 드문 나라입니다. 미국은 설계와 플랫폼에 강하지만 제조 기반은 제한적입니다. 중국은 제조력이 크지만 지정학적 신뢰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은 소재와 장비에 강하고, 대만은 파운드리에 강합니다. 한국은 AI 인프라에 필요한 여러 제조 역량을 한꺼번에 가진 나라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산업 경쟁력이 아니라 지정학적 레버리지입니다.

금융고수 
그렇다면 '초과이윤'은 무엇입니까?

김용범
보통 기업은 경쟁이 심해지면 이익률이 낮아집니다. 그러나 기술 장벽이 높고 공급자가 제한되어 있으며, 수요가 구조적으로 계속 늘어나는 산업에서는 평균을 넘어서는 이익이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초과이윤입니다. AI 메모리와 인프라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그런 위치에 설 수 있다면, 한국 경제는 과거와 다른 단계로 들어갑니다.

금융고수 
그 초과이윤이 국가에는 어떻게 연결됩니까?

김용범
기업이 큰 이익을 내면 법인세가 늘어납니다. 고소득 엔지니어와 관련 산업 종사자의 소득세도 늘어납니다. 수출이 늘면 무역흑자가 커지고 원화 가치와 국민 구매력에도 영향을 줍니다. 기업 이익이 커지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세입, 국민소득, 자산시장, 환율, 물가까지 연결됩니다. 그래서 초과이윤은 초과세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고수 
하지만 과거에도 반도체 호황 때 초과세수가 있지 않았습니까?

김용범
맞습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초과세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것을 구조적 변화로 보지 못했고, 사전에 원칙을 세워 쓰지도 못했습니다. 호황 때는 초과세수가 생기고, 불황 때는 세수 부족이 생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번 사이클이 더 크고 길다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금융고수 
그럼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김용범
첫째, 기존 GDP 통계만 보지 말고 수출, 무역수지, 기업 영업이익, 명목소득, 교역조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둘째, 초과세수가 생길 경우 어디에 쓸 것인지 미리 원칙을 정해야 합니다. 셋째, AI 시대에 필요한 창업, 교육, 문화, 이민, 복지 시스템을 새로 설계해야 합니다.

금융고수 
왜 GDP만 보면 안 됩니까?

김용범
반도체 같은 산업은 품질 개선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성능, 집적도, 전력효율이 동시에 올라가면 가격 상승과 실질 생산 증가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기업 이익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실질 GDP는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일 수 있습니다. 통계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현실을 늦게 반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금융고수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국민배당금’입니다. 이것은 기본소득입니까?

김용범
꼭 그렇게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은 이름이 아니라 원칙입니다. AI 인프라 시대의 초과이익은 특정 기업만의 노력으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반세기 동안 국민이 교육, 세금, 산업정책, 사회적 인내로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과실의 일부를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금융고수 
그 돈을 그냥 나눠주자는 뜻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김용범
그래서 더 정교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청년 창업 자산으로 쓸 수도 있고, AI 전환 교육 계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보강, 지역 창업 인프라 투자로 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초과세수가 생겼을 때 그때그때 정치적으로 쓰지 말고, 국가적 원칙과 사회적 합의 아래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금융고수 
결국 분배 이야기입니까, 성장 이야기입니까?

김용범
둘 다입니다. AI 시대에는 성장과 분배를 따로 볼 수 없습니다. 초과이윤은 집중되는 성격이 있습니다. 주주, 핵심 엔지니어, 수도권 자산 보유자는 큰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중산층과 지방은 소외될 수 있습니다. 나라 전체는 부유해지는데 사회 내부 격차가 커지는 K자형 구조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을 방치하면 성장 자체도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금융고수 
창업과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용범
AI가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 공공일자리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에게 남는 영역은 판단, 창의, 관계, 감각, 표현, 의미입니다. 그래서 창업과 문화가 중요합니다. AI 도구는 개인과 작은 팀에게 과거 대기업 수준의 생산성을 줄 수 있습니다. 국가는 창업 실패의 위험을 낮추고, 지역에서도 창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화 역시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AI 시대 인간성을 지키는 전략산업입니다.

금융고수 
이민 문제도 언급하셨습니다.

김용범
저출생과 고령화는 한국의 가장 큰 구조적 제약입니다. 고급 기술인재를 유치해야 하고, 돌봄과 필수 노동 인력도 안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노동력 수입이 아니라 국가구조 재설계의 문제입니다. 한국이 AI 인프라 강국이 된다면 오히려 세계 인재를 끌어들일 기회도 생깁니다.

금융고수 
결국 한국은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합니까?

김용범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나라를 넘어, AI 시대의 초과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은 기업이 만들지만, 문명은 사회가 만듭니다. 한국이 이 기회를 잘 설계하면 단순한 수출 강국을 넘어 AI 시대 국가모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문답의 결론과 인사이트
김용범 실장의 글은 처음 읽으면 다소 낯설다. 코스피 7500, 코스피 1만, 반도체 이익 700조 원, 국민배당금, AI 시대 국가 재설계 같은 표현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장을 하나씩 풀어보면 의외로 논리는 단순하다.

첫째, AI 시대에는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배터리, 로봇, 정밀 제조가 하나의 산업 인프라로 묶인다. 둘째, 한국은 이 인프라를 공급할 수 있는 드문 나라다. 셋째, 이 지위가 구조적으로 강화되면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 다른 규모의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다. 넷째, 초과이윤은 법인세와 소득세, 무역흑자 확대로 이어져 국가의 초과세수가 될 수 있다. 다섯째,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지금부터 사회적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 논의의 핵심은 “돈을 나눠주자”가 아니다. “새로운 부가 생길 경우, 그것을 어떤 국가 시스템으로 관리할 것인가”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국가가 도로와 항만, 공단과 학교를 깔았다. 정보화 시대에는 초고속 인터넷과 디지털 인프라를 깔았다. 

AI 시대에는 창업 안전망, 전환 교육, 문화 생태계, 지역 재생, 노후 안정, 기술인재 이민정책이 새로운 국가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과도한 낙관이다. AI 수요가 영원히 지속되고, 한국 기업이 항상 승리하며, 초과세수가 자동으로 쌓일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기술은 빠르게 바뀌고, 경쟁자는 언제나 등장한다. 다른 하나는 과도한 냉소다. “반도체는 늘 사이클이다”, “국민배당금은 포퓰리즘이다”라고만 말하며 구조적 변화를 보지 못하는 태도 역시 위험하다.

국가전략은 낙관과 냉소 사이에서 태어난다. 가능성은 보되, 제도는 냉정하게 설계해야 한다. 초과세수가 생기면 일부는 국가부채 관리와 미래기금으로 남기고, 일부는 AI 시대 전환 비용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청년에게는 창업과 재도전의 기회를, 중장년에게는 재교육과 전직의 사다리를, 노년층에게는 안정된 삶의 기반을, 지방에는 새로운 산업과 문화의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

김용범 실장의 글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은 다시 한 번 큰돈을 벌 수 있는가”가 아니다. 더 큰 질문은 “큰돈을 벌었을 때, 이번에는 제대로 쓸 수 있는가”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의 기회를 잡았고, 정보화의 기회도 잡았다. 이제 AI 인프라 시대라는 세 번째 문 앞에 서 있다. 이 문을 지나면 한국은 다시 평범한 순환형 수출경제로 돌아갈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차원의 기술문명국가로 올라설 수도 있다.

결국 초과이윤은 기업의 실력에서 나오지만, 초과세수의 사용은 국가의 품격을 드러낸다. 

기업이 번 돈을 세금으로 걷는 데서 끝나면 그것은 재정이다. 그 돈을 사람과 지역과 미래에 다시 심으면 그것은 문명이다. 한국이 지금 선택해야 할 길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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