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K박람회, 한류 소비 넘어 산업 수출 플랫폼으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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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시청 본회의장에서 K-엑스포 개최 선포식. [사진=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2026 K-박람회 USA’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다. K-팝과 드라마, 영화, 음식, 뷰티, 관광, 한글까지 한국을 상징하는 콘텐츠와 상품을 한데 묶어 해외시장에 내놓는 종합 수출 플랫폼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LA에서 K-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K-박람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장소와 시점 때문이다. LA는 미국 내 한인 사회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핵심 거점이다. 동시에 미국 소비문화와 아시아 콘텐츠가 가장 빠르게 만나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LA 시청에서 별도 선포식까지 열며 행사를 알린 것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K박람회의 구조다. 과거 한류 행사가 공연과 이벤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매개로 식품·화장품·패션·관광·생활소비재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행사 역시 K-콘텐츠를 중심으로 농수산식품과 화장품, 소비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형태로 기획됐다. 정부 부처도 문화체육관광부뿐 아니라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등이 함께 참여한다.
 
이는 결국 한류가 더 이상 문화 현상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제 K-콘텐츠는 산업 수출의 입구 역할을 한다. 드라마 한 편이 화장품 판매를 끌어올리고, K-팝 공연이 관광 소비를 확대하며,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농수산식품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K’라는 브랜드 자체가 소비를 움직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콘텐츠 자체 수출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를 기반으로 연관 산업까지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시키는 ‘동반 수출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이 제조업과 소비재 산업의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아직 한국이 이 흐름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의 세계적 확산 속도에 비해 산업 연계 전략은 여전히 분절적이다. 행사도 부처별로 나뉘고 지원 체계 역시 중복될 때가 많다. 해외에서는 이미 K-브랜드 전체를 하나로 인식하는데 정작 한국 내부는 콘텐츠·식품·뷰티·관광 정책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류 산업화’에 대한 보다 정교한 국가 전략이다. K-박람회 역시 단순한 전시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해외 바이어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실질적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일회성 공연이나 체험 행사보다 계약과 투자, 유통망 확보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한류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미국 시장은 상징성이 크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동시에 글로벌 문화산업의 기준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K-콘텐츠와 K-상품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자리 잡는다면 파급력은 유럽과 중남미, 중동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한류의 진짜 경쟁력은 이제 콘텐츠 자체만이 아니다. 콘텐츠가 산업과 수출, 관광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복합 경제 효과’에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강국이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것을 얼마나 치밀하게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느냐다.
 
K-박람회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험대다. 중요한 것은 행사 규모가 아니라 이후 성과다. 계약과 투자, 시장 진출로 이어질 때 한류는 비로소 문화 현상을 넘어 국가 성장 전략으로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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