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셀프 보수 인상과 셀프 공소 취소

  •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 사진김광중 변호사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 [사진=김광중 변호사]

이사의 보수를 정하는 주주총회 결의에 이사를 겸하는 대주주가 참여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해충돌 사안이다. 그동안의 판례와 통설은 대주주도 참여한 주주총회에서 이사들 전체 보수의 총액 한도를 정하고, 이사회에서 개별 이사 보수를 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는 대주주에 의해 구성된 이사회가 대주주의 이사 보수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였다.

남양유업 사건을 계기로 법원은 이해상충 사안의 주총결의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3년 주주총회에서 당시 최대주주이자 이사였던 홍원식 전 회장은 자신이 포함된 이사의 보수 한도를 50억원으로 정하는 안건에 참여해 이를 가결시켰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본인의 보수와 직결된 사안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 행사이므로 위법하다고 보아 결의를 취소했다. 2025년 4월 대법원은 그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법원은 지난 4월 2일 한국 기업 지배구조 역사에 이정표가 될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놨다(2025다219931). 주주인 대표이사가 이사들의 연봉 총액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보수를 올리는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지분 76%를 보유한 대표이사는 특별이해관계에 있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결의에 참여한 점이 상법 제368조 제3항이 금지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대법원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주주의 주식 수는 정족수 계산의 기초인 '발행주식의 총수'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법상 주총 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을 요하는데(제368조 제1항), 이해관계가 있는 대주주를 제외하고 산정하게 되면 결국 소수주주들의 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다수의 지분을 가진 주주의 이해충돌 사안에서는 사실상의 소수주주 다수결제도(Majority of the Minority, MOM)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번 판결은 상법 개정 전인 2024년 3월 정기 주총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주주 충실의무에 관한 상법 개정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개정 상법까지 고려하면 임원 보수 외에 합병, 영업양도 등 나머지 이해충돌 사안에서도 이번 판결의 취지가 확장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회사 경영에서는 대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이해충돌 사안에서는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지난 4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권 조작 기소 등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안'이 큰 논란을 낳고 있다. 법안은 검찰의 위법수사 의혹이 다수 제기된 대장동 개발사업, 성남FC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그중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인 사건들이 다수 있다. 아직 1심이 진행 중이어서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가 가능한 사건들도 있다. 국정조사와 언론 취재 등을 통해 밝혀진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고려하면 과거 정치검찰의 잘못을 바로잡는 법안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특검의 임명 과정과 공소취소 권한까지 고려하면 이해충돌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법안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이 각 1명씩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한다. 제8조 제7항에서는 이미 기소된 사건도 공소취소할 수 있는 공소유지 여부 결정 권한을 부여했다. 결국 여당이 발의하고 대통령이 공포한 법률을 통해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고 그 특검이 다시 대통령에 대한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구조다. 공소취소를 하면 판결을 받지 않게 되므로 대통령이 자기 사건의 재판관을 선임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사 보수와 특검 법안은 별개의 문제이며 법의 해석과 입법이라는 층위의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본질은 같다. 바로 '이해충돌 사안에서의 의사결정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타당하게 적용되는 일반적·추상적 규범이어야 한다. 근대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그래야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승복할 수 있고 법치에 대한 신뢰가 유지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해상충 사안에서 스스로 결정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정당성을 확인해 줬다. 반면 현재의 특검 법안은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올 만큼 그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임원 보수의 '셀프 인상'은 그 피해가 해당 기업 주주들에 한해 미치지만 대통령의 '셀프 공소 취소'는 우리 공동체 전체의 법치주의를 뒤흔들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무도한 행위들을 목도한 국민들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이제야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이번 특검법은 다시 그 신뢰를 무너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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