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 현장이 노조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역대급 성과급과 고용 안정을 위한 정규직 전환 확대 등 근로자 친화적 경영 행보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23일 약 3만7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파업 돌입 전 세 과시 성격이 강하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업부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되 일정 상한선을 두고 있는데 이를 전면 철폐해 사실상 '실적 연동 무제한 보상'을 해 달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보상 구조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구라는 점에서 회사 측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그룹 노조 역시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본급 대비 약 500% 수준 성과급과 수천만 원대 격려금을 지급하며 역대 최대 보상 수준을 기록했지만 노조는 여기에 더해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 올렸다. 이익 중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투자 재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원·하청 상생 노력도 우여곡절을 겪는 모습이다. 포스코와 HD현대 등은 협력사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 개선 등 조치를 강화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하청 노조의 추가 요구와 기존 정규직 노조의 반발 등이 뒤섞여 '노노 갈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상생 조치가 고용 구조 재편 요구로 확대되며 새로운 갈등을 부르는 씨앗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불안한 대외 환경과 맞물리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홍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노조 리스크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넘어 근원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 확대나 정규직 전환 등 요구를 수용해도 추가 요구가 반복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며 "노사 협상이 아니라 요구 수준을 계속 끌어올리는 상향 경쟁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노사 간 신뢰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단기 성과를 중심으로 한 요구가 반복되면 산업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내부 갈등이 장기화하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 패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요 산업이 국가적 지원을 통해 유지된 측면을 고려할 때 반도체나 자동차 분야 노조에서 요구하는 과도한 성과급 확대는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며 "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일자리도 유지될 수 있는 만큼 성과급과 미래 투자 간 균형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고용과 임금도 함께 유지될 수 있다"며 "최근 여러 기업들의 임금 협상 갈등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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