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균영 행복나무 대표 "장애는 업무의 걸림돌이 아닙니다"

  • SK인텔릭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 안정적 고용·높은 처우로 이직률 '제로'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노균영 행복나무 대표가 장애인 인력 채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김나윤 기자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노균영 행복나무 대표가 장애인 인력 채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김나윤 기자]

"장애인 근로자들은 업무 습득이 조금 더딜지 몰라도 누구보다 정직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현장 생산직 인력입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만난 노균영 행복나무 대표가 이 같이 말했다. 장애인 채용이 단순히 일자리를 나누는 수혜의 차원을 넘어 생산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행복나무는 SK인텔릭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이곳에서 만난 노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장애'라는 단어보다 '자립'과 '가능성'을 더 많이 언급했다. 장애인 근로자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장애가 업무 수행에 있어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몸소 확인했기 때문이다. 행복나무가 일궈낸 지난 6개월간의 기록을 노 대표에게 직접 들었다.
 
-행복나무 설립 초기 장애인 채용에 대한 우려가 컸을 텐데.
솔직히 말해 초기에는 걱정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반년 가까이 함께 지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흔히 업무 가이드라인이라고 하면 비장애인 직원의 경우 적당히 타협하기 마련인데, 이들은 현장 지침과 작업 사항을 비장애인 직원보다 훨씬 무겁게 받아들인다. 원칙을 있는 그대로 준수하다 보니 작업 결과물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으로 높다.
 
-장애인 근로자들이 주로 맡는 업무는. 
SK매직의 얼음정수기에 들어가는 스토리지와 스크류 등 핵심 소모품의 조립과 포장을 전담한다. 단순 보조 업무가 아니라 실제 제조 공정의 한 축을 자회사로 이관해 운영하는 형태다. 전국의 가정으로 배달되는 정수기의 품질이 직원들의 손끝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들이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지도 방식이 궁금하다.
추상적인 지시보다 명확하고 시각화된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 공정마다 업무 지도를 돕는 스크린을 배치하고, 작업 과정을 세분화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비장애인 관리자들 역시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직원들과 눈을 맞추며 기다려주는 소통 방식을 택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긴장하기도 하지만 맞춤형 교육을 통해 업무를 하나하나 몸으로 익혀 간다.
 
-단기 계약직일 것이란 편견과 달리 고용 안정성이 크다고.
정수기 사업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가 명확하다. 운영 효율만 따진다면 용역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직접 고용을 통해 사업 비수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제공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이직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고 조직의 결속력은 비장애인 조직보다 훨씬 단단하다.
 
-법적 기준보다 높은 처우 수준도 인상적이다.
단순히 고용 지표를 채우기 위한 일자리 제공은 의미가 없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들이 실질적인 경제적 자립을 이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당 임금을 법적 최저임금보다 약 20~30% 높은 수준으로 책정한 가장 큰 이유다.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한 홀로서기가 가능해진다.
 
-조직 내에서 비장애인 동료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처음에는 서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조심스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과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은 자연스러운 동료애가 형성됐다. 특히 비장애인 관리자들은 장애인 직원들의 순수한 열정과 성실함에 자극을 받고, 장애인 직원들은 동료들의 신뢰 속에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행복나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정부의 장애인 고용 활성화 정책과 민간 기업의 실행력이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발생하는지 몸소 증명하는 사례가 되고 싶다. 행복나무에서 성장한 직원들이 이곳을 토대 삼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립의 근육을 키웠으면 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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