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나선 회계법인들…신규 채용 줄고 업무 강도는 늘었다

  • AI로 줄인 신입 자리…일은 중간연차에 몰렸다

  • 자동화 늘었지만 업무는 그대로…회계사 체감 부담 커져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전문직의 대표적 직군인 회계 업무에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채용 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회계법인이 생성형 AI와 데이터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며 신규 채용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반면 신임 회계사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AI가 대체하며 중간 연차 회계사들의 업무량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신입 회계사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본부별로 20명 이상을 선발했지만 최근에는 10명 이내로 축소됐다. 내년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정, 안진, 한영 등 국내 주요 회계법인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빅4 회계법인의 지난해 채용 인력은 약 700명 수준이다. 지원자는 1400명에 달했다. 신규 회계사 인력 중 절반만 빅4에 취업한 것이다. 중소 회계법인까지 더해도 채용되지 않은 이들이 많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수습 기회도 받지 못하는 인력들이 상당수다. 

회계법인들이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는 배경에는 회계 기초 업무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정회계법인은 감사 업무에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거래 내역 검토와 이상 징후 탐지를 자동화하고 있다. 과거 저연차 회계사가 수행하던 작업들이 상당 부분 대체되면서 초기 투입 인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안진회계법인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계약서 검토와 회계 기준 리서치, 보고서 초안 작성까지 자동화 범위를 확대했다.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플랫폼을 통해 반복적인 문서 작업을 줄이고 있으며,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초안 작성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한 사례도 있다. 

한영회계법인은 글로벌 감사 솔루션과 연계된 AI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 재무 데이터를 상시 분석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수천 건의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지만, 해당 결과를 해석하고 감사 의견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중간 연차 회계사에게 집중된다. 이에 따라 업무의 난이도와 책임 수준이 동시에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중견 회계법인들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챗봇 형태의 AI를 도입해 세무 질의 응답이나 기본적인 회계 처리 기준 안내를 자동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신입 회계사가 담당하던 단순 문의 대응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인력 운영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AI 도입으로 신입 회계사 수를 줄이며 현장 업무 강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AI에게 맡겨 일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단순 업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5~10년차 중간 연차 회계사들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회계법인에서는 최근 과로로 인한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며 업무 부담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도입으로 단순 업무는 일부 줄었지만, 검토와 책임이 필요한 업무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신입 채용이 줄어든 상황에서 업무 부담이 중간 연차에 집중되면서 체감 노동 강도는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