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애 칼럼] 중독 아닌 성장을 유도하는 소셜미디어 가능할까

 
1
[손지애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30년 넘게 워킹맘이던 본인에게 얼마전 새내기 워킹맘의 하소연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직장 다니느라 아이와 많은 시간을 지내지 못해 죄책감을 느꼈는데 이제 소셜미디어가 중독을 유도한다고 하니 10대 아들의 SNS 사용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라 했다.

본인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나 정책 입안자들은 정책의 유무가 현실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 둔감해질 때가 많다. 현실의 상황에 대해 무지하다는 얘기다.

소셜미디어 청소년 중독이 좋은 예이다. 한국에서는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지만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최근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말 미국 법원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의도적으로 사용자 중독을 유도했다고 판결하며 모기업인 메타와 구글에게 약 63억원과 약 27억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단지 1심 판결이지만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이 사안과 관련해서 지금까지는 이러한 플랫폼에 올라오는 유해한 콘텐츠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즉, 유튜브 채널 등 소셜 미디어에서 거짓말을 하면 거짓을 한 사람의 책임이지 웬만하면 유튜브 책임은 아니라는 논리였다. 그래서 플랫폼 운영자들은 면책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원고인 20대 여성은 6살에 유튜브, 9살에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 소셜미디어에 중독되어 우울증과 신체장애 등을 겪었다는 주장을 하며 그 이유가 SNS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뿐 아니라 플랫폼 운영사들이 이용자 중독을 유도하도록 앱을 설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여성은 무한 스크롤, 동영상 자동 재생, 알고리즘 추천, 인정을 갈구하게 하는 ‘좋아요’ 버튼 등이 중독으로 이끌어 소셜미디어를 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초로 구글이나 메타에게 플랫폼 디자인의 책임을 물은 이 사건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소셜미디어 업계의 지각 변동을 초래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견한다. 그래서 1970년대의 담배 회사들이 중독성의 판결을 받은 사건과 견주어 소셜 미디어의 “빅 담배 사건, Big Tobacco Moment”이라고 불린다.

이 판결뿐 아니라 최근 세계 곳곳에서 청소년 SNS 중독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 들고 있다. 작년 12월 호주가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스타트를 끊었고,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프랑스와 덴마크, 영국, 미국 등도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일본과 중국 또한 규제 방식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그럼 우리는? 한국의 논의는 남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 진척이 없다. 전면 금지와 같은 강력한 규제는 사실상 진행되고 있지 않다.

문제가 없어서 그러냐고 묻는다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국내 청소년의 SNS 이용률도 해외 못지않게 높은 수준이다.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SNS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은 67.6%에 달했다. 특히 10~19세 청소년의 40.1%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도 청소년의 과도한 SNS 이용을 막기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긴 하다. 그러나 계류 상태로만 머물러 있다. 호주가 '전면 금지' 방침을 공식화했던 2024년부터 국내에서도 '규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구체화한 내용은 없이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가 이토록 '신중 모드'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2011년에 도입되었던 ‘게임 셧다운제’ 실패의 트라우마를 손꼽는다.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렸던 이 법은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제공을 강제로 차단하는 제도였다. 청소년의 수면을 확보하고 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목적이었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청소년 기본권 침해 논란과 함께 많은 중소 게임사들에게 치명타를 입힌 채 10년 만에 폐지됐다.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이 SNS 중독 방지 정책에 대해서 게임 셧다운제 실패를 언급하면서 일방적 규제 일변도 정책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즉, 청소년들이 반발심을 갖지 않도록 SNS 사용 시간을 자연스럽게 줄일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의미였다.

설득과 이해를 겸한 방법에는 반대가 없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도 공감한다. 그러나 이렇게 마냥 신중하게 접근할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도 든다. 우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되어 있고 교육열이 어디보다 높은 한국에 우리 청소년들이 너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대부분 해결책이 청소년이나 학부모를 겨냥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유해 환경을 일으킨 플랫폼의 책임도 인정하게 되었으니 다 함께 청소년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해결책을 빠르게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구글 메타에 대한 미국 판결이 발표되었을 때 원고 당사자들도 환호했지만 소셜 미디어 중독의 피해를 본 청소년들의 부모도 함께 이를 환영했다. 이들은 기자들에게 플랫폼 운영자들의 잘못이 이제야 밝혀진 것에 대한 기쁨을 표하고 감정에 복 받친 목소리로 “이제 그만 학보모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아라”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세계 어느 나라의 부모도 이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중독의 위험 없이 마음 편하게 청소년들이 지식과 즐거움을 위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세상. 한국이 이러한 움직임에 선두주자였으면 좋겠다.
필자 주요 이력

▷전  CNN서울지국 지국장 ▷전 외교부 문화협력대사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전 대통령실 해외홍보 비서관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전 뉴욕타임스 기자 ▷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