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석화·건설 등 산업은 중동 긴장 완화 조짐으로 원유·나프타 수급 불안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협상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중동 전쟁 발발 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수십 척의 발이 묶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로, 통항 차질만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최대 피해자다. 나프타 가격은 단기간 내 급등했고, 일부 업체는 원료 수급 차질로 가동률 조정에 나서는 등 생산 차질 우려까지 제기됐다.
건설 업계 역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핵심 혼화제 원료인 나프타와 아스콘 수급 불균형으로 현장 셧다운 위기까지 거론됐던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공급망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그간 건설 업계는 중동 전쟁 여파로 단열재, 스티로폼, 레미콘 혼화제의 필수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한계치에 도달하며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일부 자재 생산 공정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아스콘 수급난으로 공공 토목사업 발주가 급감한 터라 이번 휴전 기간이 공급망 정상화를 위한 '시간 벌기' 구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 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원유 수급이 안정될 경우 정제마진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국제 유가 변동성이 여전히 커 업황 반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정유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실제 수급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은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 안정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봤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일단 파국을 피했지만 최소 하루이틀 정도 추가 변수 발생 여부를 봐야 한다"며 "양측 입장이 완전히 조율되지 않았을 경우 언제든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이 제시한 요구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2주 내 종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휴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공급망이 완전히 정상화하려면 종전이 전제돼야 한다"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통행료 부과를 시도할 공산이 커 구조적인 리스크는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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