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대기업 기술탈취로 폐업·창업자 사망…강력한 처벌해야"

  • 대기업, 검증 거부해 재판 지연하거나

  • 탈취 입증돼도 손해배상 규모 적어

  • 상생협력법 개정안, 2년 지나야 도입

기술탈취 간담회 참석자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경청재단 주최로 열린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청재단]  
 
#씨디에스글로벌 설립자인 고(故) 김지원 회장은 한 기업과 기술탈취 분쟁을 겪던 중 지병과 홧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수십 년간 지켜온 기술은 대기업에게 빼앗겼고, 결국 회사는 문을 닫았다.

씨디에스글로벌은 1980년대부터 독자 연구한 '완전 연소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한 제조·중소기업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1위 죽염 제조업체와 8년째 기술탈취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김찬미 변리사는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청재단의 기술탈취 피해 중기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사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과 제재를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원 회장 조카이자 씨디에스글로벌 법인의 가족 대표로 참석한 김 변리사는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한 기술탈취 소송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대기업들 전략에 소송 지지부진 
김찬미 변리사가 7일 사진정연우 기자
김찬미 변리사(왼쪽)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경청재단 주최로 열린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연우 기자]

간담회에는 씨디에스글로벌을 비롯해 기술탈취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참석했다. 엔이씨파워는 친환경 소각로 운영 최적화 기술을, 씨지아이는 방열기기 기술을, 티오더는 테이블오더 서비스 핵심 기술을 둘러싸고 각각 대기업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대기업의 의도적인 재판 지연 전략을 지적했다. 조영수 씨지아이 대표는 "경찰청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기업의 법적 대응과 검증 거부 등으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분쟁에서 실질적으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법률 지원과 분쟁조정 기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소송비 지원 제도 역시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청재단 "강력한 처벌 규정" 촉구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사진정연우 기자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은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경청재단 주최로 열린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정연우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술침해 건수는 299건, 피해 기업당 평균 손실액은 18억2000만원에 달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한 해 동안 기술유출 범죄 179건을 적발하고 380여명을 검거했다. 전년보다 45.5%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기술유출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지만 손해배상소송 승소율은 32.9%, 인정 손해액은 17.5%에 불과하다. 피해 기업의 증거 확보가 어려운 탓이다.

현행 법 체계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 기술탈취가 입증돼도 손해배상 규모가 실제 피해액에 못 미치거나, 대기업이 과태료로 무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장태관 경청재단 이사장은 "가해 기업 대부분이 일정 액수의 금액을 주고 화해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죄를 지었으면 강력한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를 뼈대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 문턱을 통과했지만 도입까지는 2년여의 시간이 남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는 이재명 정부에서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도입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과제 해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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