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족쇄를 찬 채 춤추는 중국 드라마"

  • 中 인민해방군이 비판한 드라마 '축옥' 논란

  • '동양 미학' 창의적 재해석 vs 외모 숭배 드라마

  • 검열과 창작 사이, 중국 콘텐츠의 딜레마

드라마 축옥옥을찾아서
드라마 '축옥:옥을찾아서'


"중국 사극의 국제화에 한 획을 그었다. 중국 역사에 뿌리를 두고 현대 세계를 반영한 이 드라마는 동양적 미학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했다. 남주인공 장링허(무안후 역)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를 구현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지난달 말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에 게재된 중국 사극 로맨스 웹드라마 '축옥 : 옥을 찾아서(원제 逐玉)'에 대한 평가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방영 일주일 만에 한국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2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 아이돌 문화 영향을 받은 드라마라기에 기자도 호기심에 한번 보기 시작했다가 40부작 드라마를 열흘 만에 '정주행'했다.

봉건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당찬 여주인공, 고전미와 현대적 세련미를 겸비한 외유내강의 남주인공, 탄탄한 연기력과 뛰어난 영상미, 왕실 권력 투쟁과 정치 음모를 가미한 로맨스 스토리까지, '축옥'은 중국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도 "전통 문화 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중국 문화의 매력을 드러냈다(CCTV)" "중국 문화가 대만 동포들의 소속감의 근원이자 뿌리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작품(대만사무판공실)"이라고 극찬이 쏟아졌다.

그런데 갑자기 며칠 만에 여론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계열 소셜미디어 '쥔정핑'이 "사극 속 화장한 장군은 강건한 기상(陽剛之氣)을 구현하는 데 부족하다"고 남주인공을 에둘러 비판하면서다. 강건한 기상을 중시하는 전통이 깊은 중국인 정서를 고려할 때 드라마 속 군인을 지나치게 부드럽고 세련되게 묘사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였다.

쥔정핑을 시작으로 중국 관영언론의 드라마에 대한 십자포화 공격이 이어졌고, CCTV의 호평 기사도 자취를 감췄다. 중국의 한 연예계 전문 인플루언서는 "중국 관영매체에서 이토록 많은 비판을 받은 드라마는 역사상 유일무이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문화의 창조적 역량을 세계에 알리며 수출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던 드라마는 이제 외모 숭배 드라마로 지탄받았고, '동양 미학의 상징'으로 통했던 남주인공은 "아침 6시 전투에 나서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화장하는 '파운데이션 장군(粉底液將軍)'"으로 조롱받았다. 대신 2012년 '초한전기' 드라마에서 항우 역을 맡았던 거친 이미지의 배우 허룬둥이야말로 중국 군인상의 롤모델이라며 재소환됐다. 불과 며칠 사이에 한 드라마를 둘러싼 평가가 극단적으로 뒤바뀐 것이다.

중국 영화·드라마 감독을 담당하는 광전총국은 지난 2일 주요 OTT 플랫폼 관계자를 소집해 회의를 열고 "외모 숭배를 근절하고 중국적 미학을 반영한 드라마로 문화 자신감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이대로라면 지상파 드라마에 비해 덜 빡빡했던 웹드라마 검열도 한층 더 엄격해지면서 창작의 자율성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콘텐츠의 경쟁력은 다양성과 창의성에서 나오는데, 지나친 검열과 심사는 표현의 범위를 좁혀 중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과거 "세련되고 로맨틱한 캐릭터를 통해 한국 드라마의 젊은 배우들이 전 세계를 휩쓰는 한류의 얼굴이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한국 드라마는 자유로운 창작 환경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서사를 시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넓혀왔다.

반면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가치관의 잣대를 먼저 들이대는 중국 시장에 한국 드라마가 진입하기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한한령'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감독들은 자유자재로 춤추지만 중국 감독들은 족쇄를 차고 춤춘다." 2014년 중국 영화계 거장 펑샤오강 감독의 이 말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게 들리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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