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한국기업가정신을 찾아서] "먼저 쓰게 만들어라"…이세영이 던진 AI 시대의 질문

기업가정신을 오래 연구하면서 하나의 기준이 생겨났다.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점이다. 같은 시장을 두고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길이 열린다. 어떤 이는 성능을 묻고, 어떤 이는 가격을 묻는다. 그리고 어떤 이는 “왜 아직 쓰이지 않는가”를 묻는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바로 마지막 부류의 창업자다.


그는 AI를 어떻게 더 잘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지 않았다. 대신 왜 사람들이 아직 AI를 일상에서 충분히 쓰지 않는지를 먼저 물었다. 이 질문은 기술 중심 사고에서 사용 중심 사고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대부분 기업이 모델 성능과 데이터 경쟁에 집중할 때, 그는 사용의 장벽을 먼저 보았다. 이 질문 하나가 뤼튼이라는 회사의 방향을 결정했다.


그래서 그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완성도를 높인 뒤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 아니라, 불완전하더라도 먼저 쓰이게 만드는 길을 택했다. 기술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사용을 통해 기술을 개선하는 구조다. 이는 전통적인 제품 개발 방식과는 정반대다. 그러나 시장은 종종 완성도가 아니라 반복 사용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이세영은 이 점을 먼저 읽었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 대표사진뤼튼테크놀로지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사진=뤼튼테크놀로지스]


무료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를 과감한 전략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진입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다. 가격을 낮춘 것이 아니라 사용을 가로막는 요소를 없앤 것이다. 사람들이 쓰지 않는 이유를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세영에게 무료는 전략이 아니라 전제에 가깝다.


이세영의 기업가정신은 이 지점에서 분명해진다. 기술을 앞세우는 대신 사용을 먼저 만든다. 제품을 완성하는 대신 습관을 먼저 만든다. 이는 단순한 실행 방식이 아니라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그리고 이 관점이 기업의 성장 경로를 바꾼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이미 반복되고 있다. OpenAI는 강력한 모델로 시장을 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사람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쓰기 시작했을 때였다.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사용의 확산이 시장을 움직였다. AI는 연구 성과가 아니라 사용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 이 지점에서 시장의 판이 바뀌었다.


TikTok 역시 마찬가지다. 영상 기술 자체는 새롭지 않았지만, ‘짧은 영상 소비’라는 습관을 만들어 시장을 재편했다. 사람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Uber 또한 자동차 산업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동을 호출한다’는 행동을 바꿨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기술이 아니라 사용 방식을 바꿨다는 데 있다.


이세영의 접근은 이 흐름 위에 있다. 그는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경쟁보다 더 자주 쓰게 만드는 경쟁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의 관심은 모델이 아니라 사용자 행동이다. 한 번 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쓰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반복이 시장을 만든다. 이는 기술 기업이 아니라 습관을 설계하는 기업의 방식이다.


이 선택은 사업 확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뤼튼은 B2C에서 사용자 기반을 먼저 만들고, 이후 AX, 즉 AI 전환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업의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여기서도 접근은 동일하다. 기술을 먼저 파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먼저 만든다. 이미 사용 경험이 있는 개인과 조직 위에서 사업을 확장한다.


이세영이 강조하는 ‘구조’라는 단어도 같은 맥락이다. 단기 매출이 아니라 매출이 반복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는 성장의 속도보다 지속성을 먼저 보는 시각이다. 사용자 기반과 수요가 축적되면 사업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는 믿음이다. 이 점에서 그는 결과보다 과정의 구조를 중시하는 창업자다.


장기적으로는 하이퍼스케일러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전통적이지 않다.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먼저 확보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내재화한다. 이는 자본 중심 전략이 아니라 방향 중심 전략이다. 무엇을 먼저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이 먼저 필요해질 것인가를 묻는 방식이다.


물론 이 길은 위험하다. 생성형 AI 산업은 사용자가 늘수록 비용도 증가하는 구조다. 무료와 확산 전략은 사용자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동시에 손실을 키운다. 수요가 구조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은 쉽게 흔들린다. 이 선택은 안정성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세영은 이 길을 택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사용의 방향이라는 판단이다. 누가 더 먼저 쓰게 만들었는가, 누가 더 많은 사용 경험을 확보했는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인식이다. 이는 기술 경쟁에서 사용 경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래픽노트북LM
[그래픽=노트북LM]


기업가정신은 결국 선택의 문제다. 안전한 길이 아니라 방향이 있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이세영은 기술 경쟁에서 정면으로 싸우지 않았다. 대신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을 먼저 잡으려 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사용’이었다.


수많은 기업가를 보면 결국 두 부류로 나뉜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과 시장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세영은 후자에 가깝다. 그는 AI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 AI를 쓰게 만든 사람이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결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가정신은 과거와 다르다. 더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더 빠른 확산과 더 강한 습관이 시장을 만든다. 이세영의 선택은 그 변화를 보여준다. 기술을 앞세우지 않고 사용을 앞세운 창업자, 그리고 그 질문이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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