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완성시키는 옷" 송지오, BTS를 완성하다

송지오가 BTS ‘ARIRANG’ 컴백 무대 의상을 위해 진행한 디자인의 핸드 스케치 사진송지오 제공
송지오가 BTS ‘ARIRANG’ 컴백 무대 의상을 위해 진행한 디자인의 핸드 스케치. [사진=송지오 제공]

BTS의 4년 만의 컴백, 야외 무대에서 16만 명 예상, 그리고 넷플릭스의 전 세계 생중계. 일곱 명의 완전체가 지난 3월 21일 저녁 8시, 광화문을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라이브 ‘ARIRANG’ 무대에서 음악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갑옷을 연상시키는 의상이었다.

전 세계가 지켜본 BTS의 무대. 전통과 현대, 강인함과 서정성을 동시에 밀어올린 이 장면 뒤에는 국내 패션 브랜드 ‘송지오’가 있었다.

“옷은 사람이 입었을 때 완성됩니다. 한 사람이 여러 옷을 입었을 때 인상적인 룩이 만들어지면 그때 완성됐다고 느낍니다.”

BTS 한 명 한 명의 컴백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이는 송지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다.

전통 갑옷의 강인함과 한복의 유연함을 결합하고, 지퍼와 드레이핑, 비대칭 구조를 통해 무대 위에서 실루엣이 변화하도록 설계했다. 멤버 7인뿐 아니라 80명 규모 퍼포먼스 팀의 의상까지 직접 제작했다.

각 멤버의 무대 페르소나는 RM은 ‘영웅’, 진은 ‘예술가’, 슈가는 ‘설계자’, 제이홉은 ‘소리꾼’, 지민은 ‘시인’, 뷔는 ‘도령’, 정국은 ‘개척가’로 설정됐다.이날 공연 시청자는 1,840만명에 달했다고 넷플릭스는 밝혔다.

송 디렉터는 “조선 전기 전사의 갑주와 예술가·소리꾼의 정서를 결합해 ‘새 시대의 영웅’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한국적 정서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적인 에너지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송지오는 1993년 설립된 브랜드로, 서울과 파리를 기반으로 아방가르드한 남성복을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여성 컬렉션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의 컴백 무대 ARIRANG에서 멤버들이 송지오 브랜드의 송재우 크리에티브 디렉터가 디자인한 복장을 입고 공연 중이다 사진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지난 3월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의 컴백 무대 ARIRANG에서 멤버들이 송지오 브랜드의 송재우 크리에티브 디렉터가 디자인한 복장을 입고 공연 중이다. [사진=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이번 협업은 단순한 무대 의상 제작을 넘어 ‘아리랑’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확장됐다. 한국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공연 방향성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이 맞물린 결과다.

이번 컬렉션의 키워드는 ‘리리컬 아머(Lyrical Armor)’, 즉 ‘노래하는 갑옷’이다. 전통 갑옷의 강인함에 서정적 감성을 결합해 보호와 저항의 이미지에 감정과 서사를 덧입힌 개념이다.

조선 전기 전사들의 갑주와 시조·민요의 정서를 품은 예술가와 소리꾼의 한복을 결합해, “격동의 역사를 이겨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새 시대의 영웅들”을 형상화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송지오의 미학을 가장 대중적인 무대 위에서 구현한 시도였다.
 
송지오가 BTS 멤버 V에게 ‘ARIRANG’ 컴백 공연에서 선보인 무대 의상 사진송지오 제공
파리패션위크에서 열린 송지오 2026 26AW 컬렉션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사진=송지오 제공]
 
송재우 디렉터는 창업자 송지오 디자이너의 아들이자 현재 브랜드를 이끄는 인물이다. 수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뒤 파리 패션위크를 계기로 파리에서 생활하며 브랜드와 함께 성장했다.

“패션과 함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 있다. 세계관과 예술, 패션이 일상에서 분리되지 않게 하는 것 같다.”

그의 디자인은 르네상스와 낭만주의 회화, 고전 문학, 영화에서 탄생된다.

“패션은 영화와 비슷하다. 다양한 분야가 결합된 장르이고, 이미지와 시대, 인물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서사를 상상하며 작업한다.”

현재 오비디우스의『메타모르포시스』와 아이스킬로스의 작품을 읽고 있다.

또 하나의 영감의 축은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한(恨)’이다.

“‘한’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담긴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이 감정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에 흐르는 집단적 정서다. 깊은 감성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려는 태도는 한국 사회의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작업 역시 ‘한’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브랜드 운영 철학은 단순하다. 조급해하지 않는 것.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것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

창업자와의 차이에 대해서는 ‘반복성’을 언급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복적으로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은 쇼를 6개월마다 찾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게 중요한 기준은 ‘진정성’이다.

“미니멀리즘이든 아방가르드든 형식보다 중요한 건 설득력이다. 진정성 있게 표현할 때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감정’과 ‘내면’이라는 단어가 반복된다.

“왜 이걸 했냐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내면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감정의 기복을 절제하려 한다.

“아방가르드 엘레강스란 전위적이면서도 우아함을 찾는 것, 그리고 그 우아함은 동양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블랙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절제미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창작 방식 역시 절제와 연결된다. 그는 ‘어린아이 같은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며 피카소의 말을 인용했다.

“라파엘처럼 그리는 데는 4년이 걸렸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

“순수한 마음이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의 감정과 영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작업 방식에서도 디지털보다 손 스케치를 중시한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결과를 바꾼다. 옷을 만드는 과정의 ‘손맛’이 중요하다.”

그의 디자인은 손에서 시작되지만, 완성은 사람 위에서 이뤄진다.
 
송지오가 BTS 멤버 V에게 ‘ARIRANG’ 컴백 공연에서 선보인 무대 의상 사진송지오 제공
송지오가 BTS 멤버 V에게 ‘ARIRANG’ 컴백 공연에서 선보인 무대 의상. [사진=송지오 제공]

이러한 접근은 자연스럽게 ‘캐릭터성’의 강화로 이어졌다.

“각 인물의 서사를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는 BTS 의상 중 뷔의 ‘도령’ 콘셉트에 애착을 보였다.
“강인함과 서정성을 동시에 지닌 이미지로 브랜드 방향성과 잘 맞는다.”

이번 무대에서는 블랙과 화이트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구조적 디자인이 자칫 무겁게 보일 수 있는 느낌을 덜어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초기 구상 단계에서는 탈부착이 가능한 레이어링 구조를 도입해, 하나의 룩 안에서도 변화가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한국적 요소를 보다 과감하게 반영한 이번 작업은 “그동안의 갈증을 일정 부분 해소한 작업”이었으며, ‘ARIRANG’ 콘셉트와도 정교하게 맞물렸다.

결국 송지오의 미학은 전위성과 우아함 사이의 긴장에서 완성된다. 구조적이면서도 유연하고, 강인하면서도 서정적이다.

브랜드는 디즈니 협업을 비롯해 액티브웨어, 오리엔탈 퓨처리즘 컬렉션, 뉴욕 플래그십 등 새로운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 매장은 패션 공간을 넘어 한국 작가들과 협업하는 예술 공간으로 구상 중이다.

송지오는 결국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기보다 하나의 태도를 제시한다. 조급함보다 인내, 과잉보다 절제, 유행보다 정체성.

광화문에서, 그 옷은 단순한 무대 의상이 아니었다.

사람 위에서 완성된 하나의 서사였다.
 
송지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 사진송지오 제공
송지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 [사진=송지오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